7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5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 효과로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1년 만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다만, 주담대가 묶이자 그 수요가 신용대출, 개인사업자대출로 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 신용대출은 모두 증가폭이 확대됐다.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9일 각각 가계대출 현황을 발표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5조50000억원으로 전월(6조2000억원) 대비 7000억원 축소됐다.
전년 동기(9조50000억원) 대비로는 4조원이나 줄어들었다.
그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4조8000억원 증가했다. 그 폭이 올해 3월(4조3000억원) 이후 4개월 만에 최소치로 축소됐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6월을 기점으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5월 5조4000억원에서 6월 5조원, 7월 4조8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주담대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7월 주담대는 전월 대비 3조1000억원 늘어났다. 6월 증가폭(3조200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정부가 지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한 데 이어 올해 신 DTI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까지 시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조치 등이 더해지면서 재건축과 청약 열풍이 식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양도세 중과조치가 시행된 4월부터 감소 추세다. 3월 1만3824호에 달했던 거래량은 7월 5635호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1만4460호)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토막 났다.
하지만 '풍선 효과'가 발생했다. 기타대출(1조7000억원 증가) 중 신용대출은 1조원 증가하며, 그 폭이 6월(9000억원)보다 소폭 넓어졌다. 주담대를 받기가 어려워지자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로 자금을 충당하는 편법·우회 대출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권 기업대출도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폭이 전월보다 소폭 상승한 2조5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3월(2조9000억원)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가 국내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7월부터 상호금융권에도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된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개인사업자대출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증가세가 차차 둔화될 전망이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