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과제중심운영제(PBS) 개편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출연연이 PBS 폐지를 원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여론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정부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정부출연금 인건비 비중을 높이는 획일적 처방 실효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연연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실시한 PBS 제도 개선 방안 토론 결과 PBS 폐지와 존치 의견이 비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출연연이 PBS 폐지 일변도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여론을 뒤엎는 결과다.
PBS는 출연연이 외부 연구과제를 수주해 일부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다. 기업과 대학, 다른 출연연 등과 과제 수주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1995년 도입했다. 한편으로 제도 이행 과정에서 연구자 과제 수주 부담이 높아지고 단기성과에 매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PBS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가 출연연 의견 수렴에 들어가자 현장 목소리는 달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출연연, 심지어 한 연구원에서도 연구자마다 PBS 존치, 폐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정확한 비율을 산정할 수 없지만 연구계에서 PBS 체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분명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PBS 전면 개편 여부를 검토했던 정부 논의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올 초 PBS 개편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PBS 폐지까지 염두한 전면 개편을 구상했다. 앞서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도 “PBS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선택지로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표준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6개 출연연 출연금 인건비 비중을 70%에 맞췄다. 이를 기점으로 출연연 인건비에서 PBS 비중을 낮추고 점진적으로 출연금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됐다.
과기정통부는 이 방안이 현재로서는 실효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연구계는 출연연 특성에 따라 출연금 인건비 비중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봤다. 외부 과제 수주가 어려운 기초·원천형 출연연과 산업연계, 대형·공공 출연연 간 출연비 인건비 비중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계가 모두 PBS 폐지를 원한다는 여론을 기반으로 PBS 개편안을 수립하는 것이 실효가 떨어질뿐만 아니라 근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건비 외부 수주 부담을 줄여 연구자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는 방향성은 유지하되 인건비, 인센티브 등을 포함한 운영 방식을 출연연 특성에 맞게 개별 적용하는 방안 등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