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은 발표문을 통해 “해당 차량 소유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안전점검을 받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최대한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나서 개인 소유 차량에 대해 운행 자제를 권고한 건 역대 처음이다. 리콜 조치에도 불구하고 연일 화재사고가 계속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권고 대상 차량은 리콜 조치 중인 2011년 3월∼2016년 11월 생산한 BMW 42개 차종 10만6312대다. 지금까지 발생한 수입차 리콜 조치 중 최대 규모다.
국토부는 현행법상 천재지변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운행을 제한할 수는 없어 구두 권고만 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받는 느낌은 사실상 운행 중단에 가깝다. 리콜 조치 이후에도 연이어 화재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 정부까지 차량 운행에 따른 위험성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차량공유업체 쏘카는 이날 “고객 안전을 위해 자체 보유 중인 BMW 차종 '520d', 'X3' 등 총 56대에 대한 대여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시내 일부 주차장에는 BMW 승용차는 주차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국토부는 이번 권고 조치로 사태 수습에 따른 대외적 명분을 챙겼고, 향후 피해 차량 고객의 민간소송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화재사고 차량은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에 문제가 없지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차량 고객은 정신적 피해 보상 이외 소송을 제기할 명분이 약했다. 하지만 정부가 운행 자제 권고를 공식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정부가 승인한 BMW 계획대로 리콜 받은 차량에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법적 공방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리콜이 완료된 차량 화재가 또 발생한다면 사상초유의 운행중단 조치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달 4일 전남 목포에서 주행 중인 BMW 520d 엔진 부위에 불이 나는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차량은 지난 1일 BMW 서비스센터에서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이다. 차량은 당시 안전점검에서 특별한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
이 사고로 BMW 측 안전 진단을 믿기 어렵게 되면서 정부 권고조치에도 추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