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최근 여성 운전이 허용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심(女心) 잡기에 나섰다. 유명 여성 인사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여성 운전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여성 친화적 디지털 쇼룸을 개설하고 여성 특화 시승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여성 고객만을 위한 전담 조직까지 구성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자가운전이 허용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특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 우선 이동성의 자유를 갖게 된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을 시작으로 향후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왓츠넥스트(#whatsnext)' 캠페인을 진행한다.
현대차는 여성 운전이 허용된 날인 6월 24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캠페인의 사전 티저 영상을 마이크로 사이트를 비롯한 현지 SNS 채널을 통해 게재했다. 이후 해당 영상은 현재까지 페이스북에서 15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일부터는 #왓츠넥스트 캠페인의 본편 영상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캠페인 활동을 시작했다. 본편 영상은 패션디자이너 겸 사업가, 영화감독, 교사 겸 달리기 선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실제 사우디 여성들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모습을 집중 조명하며 다른 여성들에게도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사업가 바이안 린자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겸 여행 블로거 샤디아 압둘 아지즈, 패션디자이너 림 파이잘 등 사우디 유명 여성 인사 3인을 선정해 브랜드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이들을 한국에 초청해 브랜드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홍보대사 3인은 일상에서 현대차를 실제로 사용하며 얻은 경험을 사우디 여성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우디 현지 신차 보도 발표회와 여성 안전 운전 교습 프로그램 등 다양한 브랜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사우디 여성 운전자를 고려한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리야드 도심 내 쇼핑몰에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여성 친화적 디지털 쇼룸인 '시티 스토어'를 개설했다.
시티 스토어에서는 여성 운전자들이 쉽게 현대차 브랜드와 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여성 영업사원들이 고객을 맞는다. 현대차는 리야드를 시작으로 담맘, 제다 등 사우디의 다른 도시에도 시티 스토어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아울러 여성 운전자를 위한 시승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특화 시승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으며, 6개의 여성 고객 전용 라운지도 구축했다.
현대차는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도록 현지 판매 차량의 안전 패키지에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후측방 충돌 경고(BCW),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PDW) 등을 넣었다.
사우디 여성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점을 고려해 차 문 앞쪽에 션셰이드(햇빛가리개)를 달았으며 외부 활동 시 입는 전통의상인 아바야가 차 문에 끼어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아바야 도어 끼임 경보시스템'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적용했다.
조원홍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은 “사우디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소비자로 부각되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 포화로 부침을 겪고 있는 세계 자동차 업계는 사우디의 여성 운전 허용에 따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 여성 약 900만명 중 600만명 정도가 운전면허증 시험에 지원하고, 여성 운전자 확대에 따라 2030년까지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이 900억달러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현재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쿠웨이트 등 14개의 중동 국가에 진출해 엑센트,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쏘나타 등을 주력 차종으로 판매하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