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당국과 국회 정무위원회의 상견례는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혁신 등 금융혁신을 위한 입법 논의보다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불협화음을 질타하는 목소리로 채워졌다.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등으로 불거진 당국간 갈등으로 발생한 시장 혼란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산하 기관에 대한 업무보고를 실시했다.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처음으로 국회 정무위원과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이 만나는 자리다.
정무위원은 최근 연이어 불거진 금융당국 간 갈등을 집중 질의했다. 특히 지난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발표한 '금융감독혁신과제'에 담긴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방안에 대한 질의가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집중됐다. 일부 야당 의원은 금감원의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근로자추천이사회 도입 관련 “주주가 자율로 경영해야 할 일을 왜 관에서 나서 개입하고 있다”며 금감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윤 금감원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금융 안정과 건전성, 소비자보호에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조치”라며 맞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이 자발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다”며 “공공기관부터 도입한 후에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의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전조치통지서 공개, 대출금리 산정 오류 등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을 지적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혼연일체라는 말 보다 일의고행(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간다)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두 기관을 보면 각종 현안에 대해 금융사들이 겪을 대혼란을 어찌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 조차도 금융당국 간 불협화음을 지적하며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직 체계 재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제에 금융위는 금융정책 역할에만 치중하고 감독업무는 금감원에 완전히 이양해 (금융위는) 금감원이 잘하는지를 철저히 감독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제시한 핵심 입법과제는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금융위는 주요 입법 과제로 △인터넷전문은행법 △금융혁신지원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법 등을 제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산분리 완화에 두 수장이 의견을 같이한 것이 그나마의 성과다. 윤 원장은 이날 특별법 제정을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최 위원장도 “윤 원장과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법안 5건이 계류돼 있다. 두 당국 수장이 큰 방향에서 의견을 같이한 만큼 은행법 개정이 아닌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별도 제정하는 방향으로 향후 입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