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망 이용대가, 해외서는 낸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 간 관계는 전적인 자율 관계가 아니다. 처음 관계를 맺을 때 자유롭게 계약을 하지만, 분쟁이 발생하면 규제당국이 개입해 사태 해결을 촉진한 사례가 있다. '망 중립성'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프랑스 소비자단체는 프리(Free)가 사용량이 많은 특정 시간에 유튜브 접속을 제한해 망 중립성을 위반했다며 규제당국 아르셉(ARCEP)에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 결과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유튜브 접속이 느려지긴 했지만 망 중립성 위반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프랑스와 미국 간 직접접속을 통해 트래픽이 전달되느라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2013년에는 프랑스 최대 통신사 오렌지 최고경영자(CEO)가 TV인터뷰를 통해 구글이 초과 트래픽 비율만큼 망 이용대가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CEO는 유튜브가 오렌지 트래픽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막대한 수익을 버는 구글이 아무런 대가를 내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극적인 사례는 미국 컴캐스트(ISP)와 레벨3(CDN) 간 2010년 갈등이다. 레벨3가 넷플릭스와 전송 계약을 맺자 트래픽이 급증했고 컴캐스트는 망 혼잡을 이유로 추가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다.

레벨3는 컴캐스트가 가입자로부터 이용요금을 받으면서 트래픽에 대해 CDN 사업자에게 추가 대가를 받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 위반이라며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조사를 요구했다.

FCC가 개입하고도 결론을 내지 못하던 이 사건은 넷플릭스가 2014년 컴캐스트와 직접 계약하면서 일단락됐다. 컴캐스트에 서버를 설치하고 망 이용대가를 내기로 한 것이다. 계약 이후 실제 넷플릭스 전송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가입자가 많고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CP 지위가 상승한 만큼, 과거 ISP 지위가 일방적으로 높던 시절에 만든 망 규제 원칙을 곧이곧대로 적용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CP가 망 품질에 영향을 미치고 트래픽 급증에 따른 망 투자비용이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 전문 변호사는 “트래픽 증가에 따른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CP가 망 투자비용을 일부 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