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일 공개한 '계엄령 문건'에 광화문과 여의도 등 시민이 대규모로 모일 수 있는 곳에 전차와 장갑차 등 중무장 부대를 투입하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계엄선포와 동시에 언론을 사전 검열해 보도통제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계엄령과 관련한 문건이 새로 나와 그 내용을 국민 여러분에게 설명하겠다”며 이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앞서 박근혜정부 당시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계엄령 문건의 제출을 지시했다. 이후 계엄령 문서에 딸린 대비 계획 세부자료가 19일 국방부를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제출됐다.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단계별 대응계획, 유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 67페이지로 작성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보안 유지 하에 신속한 선포', '계엄군의 주요 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 관건' 등이 적시돼있다. 대비계획 세부자료에는 '비상령 선포문'과 '계엄포고문' 등이 작성돼 있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또한 계엄선포와 동시에 발표될 언론출판공연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과 언론사별 계엄사요원 파견 계획도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변인은 “국회에 대한 대책도 마련됐다”며 “20대 여소야대 국회상황을 고려해 국회 계엄해지 표결을 막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안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특히 중요시설 494개소와 집회예상지역 2개소(광화문·여의도) 등에 대해서는 기계화사단, 특전사 등으로 편성된 계엄임무수행군을 투입하기로 계획했다. 시민들이 대규모로 모여 집회를 열 가능성이 있는 광화문과 여의도에는 야간에 전차·장갑차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됐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러한 주요 내용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됐을 상황을 가정해서 나온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이같은 내용의 문건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김 대변인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 생각했다”며 “청와대는 문건의 위법성과 실행계획 여부, 배포 단위 등에 대해 국방부 특수단이 법과 원칙 따라 수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문건을 작성해서는 안 될 부대가 왜 문건을 작성했는지에 포커스를 두고 근본적으로 기무사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