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공개(ICO)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신규 ICO의 90%가 사기로 판명나거나 목표자금 미달, 개발중단으로 사망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말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인 2만달러선까지 오르고 ICO시장도 달아올랐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60%나 하락했지만, 블록체인 프로젝트 등으로 ICO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상황이다.
반면 실패한 ICO 프로젝트로 인해 사망 선고를 받은 암호화폐 리스트도 늘어나고 있다. ICO추적사이트인 데드코인과 코인옵시에는 각각 800개와 200여개가 넘는 코인이 나열돼 있다. ICO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ICO로 눈 돌린 블록체인 프로젝트, 투자자=현재 전 세계 블록체인 분야 기술 스타트업은 은행이나 벤처캐피털(VC) 대신 암호화폐 판매나 '토큰' 발행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직접 자금을 모으고 있다.
토큰이란 자금모집 대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권리를 패키징화한 것이다. 일종의 디지털 증표에 해당한다. 미래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지급결제 수단이 되거나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하이리스크-하이리턴' 투자에 참여한다.
엄격한 증권규제에 따라 이뤄지는 기업공개(IPO)나 실적이 있어야 하는 벤처자금 조달 등에 비해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공모되는 ICO는 투자를 받거나 하는 측 모두 간편하다. 급성장한 이유다. ICO 프로젝트는 2016년 43회, 2017년 210회, 2018년 5월까지 537회로 해가 갈수록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PWC와 스위스 크립토밸리협회(CVA)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5개월 동안 ICO금액은 137억달러(약 15조35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작년 전체 암호화폐 발행 금액 70억달러(약 7조840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암호 메신저서비스 '텔레그램'은 일반에 공개적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토큰 판매로만 17억달러를 모았다. 또 블록체인 인프라 프로젝트 EOS는 지난 1년간 40억달러 상당 토큰을 발행했다.
◇폭발적 ICO, 사기와 자금조달 실패 부지기수=ICO가 양적으로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성장 전망은 회의적이다. 1000여개 ICO 프로젝트가 사기(SCAM)나 자금부족, 개발력 부족 등으로 엎어지거나 쓸모가 없어진 코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 목소리가 높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사기 사례는 폰지(다단계)였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끌어 모은 '비트커넥트'를 비롯해 유명 대기업을 내세웠지만, 허위 광고를 일삼았던 타이타늄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패리스 힐튼이나 DJ칼리드 같은 블록체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유명인사를 내세워 ICO에 나온 프로젝트도 논란 거리다.
가치가 없어진 코인은 거래량이 거의 없거나 회사 경영진이나 사이트·소셜미디어 등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수법을 구체적으로 찾아보면 더욱 황당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4년부터 영어로 된 1450건의 ICO 등 관련 프로젝트를 검토한 결과 이 중 271건이 백서 표절, 원금 보장, 가짜 경영진 등을 내세운 사기로 파악했다.
회사 평판을 올리기 위해 가공의 경영진을 만들거나 경력을 도용하는 극단적 사례도 있었다. '프리미엄 트레이드'라는 스타트업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 임원으로 소개된 5명의 이미지는 500개의 다른 웹사이트에서도 발견됐다. CEO 사진으로 올라간 사람은 사진작가의 친구였으며, 전문적으로 사진모델로 활동하는 사람이었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위원은 “하나의 사기사건만 일어나도 충격을 받는 일반적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WSJ 분석에서) 20%에 가까운 ICO가 사기적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현재 ICO시장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불법이 일어나는 비정상적 시장”이라며 “어쩌면 시장이라는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각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5월부터 자체적으로 가짜 ICO판매를 알리는 사이트를 만들어 다양한 사기사례와 투자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다. 또 사기성 ICO에 대해서는 자산동결 조치와 민사소송 등을 취하며 적극 대처하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