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개혁 일환인 '군수통합정보체계' 구축 사업이 무리한 과업 변경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사업 수행 업체는 과업 범위가 곱절 늘었지만 국방부가 예산 증액을 거부, 참여 중소 소프트웨어(SW)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계약에 따라 사업을 추진, 부당하게 과업 변경을 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 추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양측 입장 차이가 커서 조율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 군수통합정보체계 구축 사업이 과업 변경은 크게 이뤄졌지만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해 참여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파는 중소 SW업체로까지 확대됐다.
국방 군수통합정보체계 구축은 육·해·공군이 개별 운영하는 군수정보시스템을 단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250억원 규모로 2015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35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 KCC정보통신, 펜타크리드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주했다. 관련 중소SW 업체 10곳이 참여한다.
참여 업체는 사업의 과도한 과업 범위 변경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제안요청서 기준으로는 4만8531펑크션포인트 수준이면 가능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제안요청서 대비 과업이 증가, 최종 11만789펑크션포인트로 2.3배 늘었다. 참여 업체 관계자는 “사업에 착수해 보니 제안요청서 대비 개발해야 하는 추가 업무가 많았다”면서 “사업은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취지이지만 육·해·공 군별 성격이 다르고, 요구하는 내용이 제각각이어서 사실상 3개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과업 증가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부는 업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업을 시행하는 국방부 전산정보원 관계자는 “사업 수주 업체는 제안요청서 이전 개념 연구 사업 때부터 참여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과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추가 과업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새로운 시스템 개발 사업이 아니라 기존 체계를 단순히 통합하는 사업에 제안요청서보다 두 배나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부당한 요구”라고 선을 그었다.
수행 업체는 국방부가 추가 비용을 보전해 주지 않아 경영난에 처했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주관사인 펜타크리드는 지난해 사업에서 철수했다. SW 업체 데이터코아도 최근 사업에서 철수키로 결정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어느 사업이든 초반 계획보다 과업 범위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면서도 “보통 기존 비용보다 10∼20% 수준이면 적자를 좀 보더라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200% 이상인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상 중소 SW 참여 업체에 비용을 보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중소 SW 업체 2~3개사가 곧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사업 속도도 더뎌졌다. 지난해 펜타크리드 이탈로 관련 과업을 남은 업체들이 분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완료 시점보다 약 1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제3자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와 추가 과업 이견이 명백한 상황에서 상사중재원 등 제3의 기관에 중재를 맡기자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업체에서 상사중재원 관련 공식 요청이 없었다”면서 “공식 요청할 경우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