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ICT 기업은 '한숨', 정부는 '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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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며 기업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가 계도기간을 설정해 당분간은 기업이 부득이 근로기준법을 어기더라도 당장 처벌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후에는 현실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다른 업종과 근무 특성이 다른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특히 걱정이 크다. 정부가 ICT 업종에 대한 특별 연장근로 허용 방침을 밝혔지만 업계는 일시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의료 등 주요 대국민서비스를 비롯해 국가 안보 관련 시스템 분야는 주 52시간 근무 예외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ICT 업계 건의 수용 '단 1건'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프트웨어(SW)산업협회, 한국정보기술(IT)서비스협회 등 IT·SW 관련 11개 협회·단체가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 근로시간 단축 관련 공동 건의서를 발송했지만 한 가지만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대국민 서비스·국가 안보 등 시스템 장애 분야 예외 업무 지정 △선택·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연장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SW사업 금액 조정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전 사업 예외 적용 △법정 근무시간 외 연장 근무 요구하는 발주자 관리 감독 강화 등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이 가운데 기획재정부만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SW사업 금액 등 조정이 필요한 경우 이를 조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받아들여 이달 초 개선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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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경제현안간담회에서 “ICT 업종은 서버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 대응 업무도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ICT 업종과 관련한 서버 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 대응 업무는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26일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불가피한 경우 특별 연장근로를 인가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ICT 업종은 서버 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 대응 업무도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W 업계 관계자는 “긴급 장애 발생 등으로 불가피하게 주 52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사후에 고용부 장관에게 승인 받는 것은 이미 법적으로 가능하다”면서 “단순 특별 연장 근로 승인 수준이 아니라 상황별 구체적이고 실질적 대책을 발표해줘야 업계 혼란을 줄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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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경제현안간담회에서 “ICT 업종은 서버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 대응 업무도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CT 업계 “대국민 서비스 등은 제외해야…선택·탄력 시간제 단위기간 연장도”

업계는 보안 관제, 대국민 서비스 등 중요 ICT 서비스 관련 분야는 근로시간 단축 예외 업무로 시급히 지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이버 보안 관제 서비스는 24시간 365일 실시간 서비스로 야간 근무와 휴일 근무가 필수다. 사이버 위기 경보 단계에 따라 비상근무체제('관심' 단계부터)가 수시로 가동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금융·통신·보건 등 주요 대국민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장애 발생 시 빠른 복구와 대처가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경주 지진 발생 시 홈페이지 다운 상황이나 농협 해킹처럼 IT 관련 사건·사고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면서 “이 때문에 24시간 365일 상황 모니터링이 중요하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 분야 예외 지정은 빨리 확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CT 업계는 선택·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연장도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택·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현행 1개월, 3개월에서 각각 '6개월 이상'과 '1년 이내'로 늘려 달라는 요구다. SW 개발 사업은 종료 시점에 발주자 요구 사항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실제 SW산업협회가 SW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사업 기간 1년 중 최소 약 6개월 초과근무가 발생했다.

◇업계는 속 타는데 정부는 '미적'

기업은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정부 인식은 전반적으로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6개월 동안 계도기간 설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둔 지난 6월 20일이었다. 이마저도 정부 자발적 판단이 아닌 한국경영자총협회 건의에 의해 이뤄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서 “(경총 건의는)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충정의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면서 “조만간 경제부처 중심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 부총리는 26일 경제현안간담회를 열어 이 총리 발언을 언급하며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제도가 적용되는 모든 기업에 대해 시정조치 기간을 최장 6개월로 늘리겠다”면서 “고소·고발 등 법적 문제 처리 과정에서도 사업주 노동시간 단축 정착 노력이 충분히 참작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부총리는 ICT 업종은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재난·재해·사고 때로 한정되는 등 업계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정부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6개월 계도기간 중에라도 정부가 업계 의견을 적극 검토해 개선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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