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관세 폭탄을 투하하기로 한 내달 6일을 앞두고 양국이 물밑접촉을 통해 최종 대타협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경제의 '구원투수'로 꼽히는 왕치산 국가부주석을 초청해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중국 정부가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를 매개로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무역협상에 참여해온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협상단 부대표가 지난 20일 암참 차이나 대표들과 만나 2시간여 대화를 나눴다고 23일 보도했다.
중국 고위층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최대 이익단체인 암참 차이나 대표들과 만난 것은 수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이 만남에 정통한 한 소식통이 전했다.
세부 논의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왕 부부장은 미국이 대중 압박의 일환으로 사용하고 있는 관세 위협을 중단하기만 하면 중국은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1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회 소속의 다국적 기업 대표들을 만나 중국의 지속적인 개방 의지와 함께 무역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신문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들과의 대화는 미국 정책결정자들에 영향을 미쳐 무역갈등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일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최종 담판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류허(劉鶴) 부총리가 맡아온 미중 무역협상을 시 주석의 최측근 실세이자 미국통인 왕 부주석에 넘겨 일촉즉발 상태의 무역전쟁을 피할 구원투수로 초빙하자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관리들이 최근 전직 미국 정부관료와 중국 전문가들과 접촉해 2주 안에 중국과 고위급 협상을 추진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NEC가 내놓은 구상 중에는 왕 부주석을 내달 6일 관세 발효 전에 미국으로 초청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NEC는 현재 중국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파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왕 부주석의 초청 역시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NEC 위원장 등 트럼프 행정부 내 주화파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도 대화를 마다할 입장이 아니다. 중국 상무부는 21일 "중미 양국은 매우 명확한 협상 로드맵과 일정표를 정해놓고 있다"며 "양국이 조만간 제조업, 서비스업에 대한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양측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관세강행의 강경한 태도에서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상무부의 이 같은 유화적 태도는 미국의 대중 협상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워싱턴 조야에서는 중국의 '경제침략' 행태를 처벌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를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할 것이냐를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 산업정책의 완전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므누신 재무장관과 커들로 NEC 위원장은 미중 무역불균형을 완화할 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