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장' 노린 검찰…김상조號 재벌개혁에도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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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핵심 조직인 기업집단국을 압수수색하면서 혐의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재벌개혁을 추진하던 공정위로선 '대기업 봐주기' 혐의 등으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치명타라는 평가다. 다만 이번 혐의 관련 일부 사건은 김 위원장 취임 이전에 일어났고,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두고 검찰과 공정위가 '기 싸움'을 벌여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20일 세종시 공정위 기업집단국, 운영지원과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공정위 간부들이 퇴직 후 취업할 수 없는 업무 유관 이익단체 등에 자리를 얻은 정황을 파악, 이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를 받았던 기업이 관여한 게 없는지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공직자는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는 퇴직 후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다.

공정위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기업에선 사실상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공정위 출신 인사를 채용해야 해 부담스럽다는 불만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정위의 대기업 봐주기 혐의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이중근 부영 회장을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직원이 주요 조사자료 등을 빼놓고 제출했다는 의혹이다. 공정위가 기업 수십곳의 주식소유 현황 신고 누락을 인지하고도 제재나 고발하지 않은 사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공정위 핵심 조직인 기업집단국을 노렸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작년 6월 취임 후 기업집단국 신설에 큰 공을 들였다. 기업집단국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대기업집단 불공정거래를 주로 조사하는 부서다. '재벌저격수'라 불렸던 김 위원장 재벌개혁 정책은 기업집단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업집단국을 검찰이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공정위로선 위법성 여부를 떠나 위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향후 불법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향후 재벌개혁 정책 추진에도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 후 공정위 직원과 외부인 간 불필요한 접촉을 금지하는 등 '국민 신뢰 회복'에 노력해왔다는 점에서도 이번 혐의는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혐의 일부 사건은 김 위원장 취임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작년 신설된 기업집단국을 직접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 간 갈등이 배경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6개 법률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그동안 검찰은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반면 공정위는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전면 폐지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연내 발표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에 공정위 입장이 담긴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해 국제경쟁네트워크(ICN)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공정거래 사안 관련 영역을 지속 확장해왔다”며 “이번 압수수색의 배경에 두 기관 간 '기 싸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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