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차세대 무인점포…자판기 적합업종 규제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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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 성수본점

유통업계가 무인점포를 확대하는 가운데 핵심 인프라인 자동판매기기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 대상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통업체는 정확한 지침이 없어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새 비즈니스 모델로 꼽히는 무인점포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형 매장 가운데 하나로 자판기 시스템을 도입한 무인점포가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해당 점포는 야간 운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등 점주 수익성 향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무인매장 핵심은 자동판매기기다. 판매원 대신 물건을 공급하고 결제를 위한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마트24는 서울 성수동 이마트24 본점에 일반 편의점과 자판기 판매를 동시에 실시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지난 달 가동했다. 미니스톱은 자판기만으로 구성된 무인매장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음료, 간편식, 가공식품, 생필품 등 다양한 상품 구색으로 소비자 편의성을 증대하고 점주의 매장 관리가 용이하다.

하지만 자판기운영업은 2016년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재지정돼 내년 2월 말까지 대기업 신규 진입 자제 대상으로 규제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 시장에 진입한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동아오츠카, 휘닉스밴딩서비스 등 4개 사업자 외 대기업의 진출이 금지됐으며 이들 기업도 확장 자제를 권고 중이다.

특히 지난달 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존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자판기운영업 역시 법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일반자판기와 다른 무인점포 판매기가 같은 규제대상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적합업종 업무를 담당하는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무인점포 자판기 사업은 대기업 신규 진입 자제 대상이긴 하지만 피해 신고나 보호요청이 접수돼야 규제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자의적으로 입장을 밝히거나 해석을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자판기에 대한 규정이 불명확한 가운데 공격적 사업확장을 펼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편의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무인점포 확대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다. 현재 기준에서는 커피, 음료, 생수 등을 상품 구성에서 제외하면 적합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향후 시행규칙에 따라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음료 등을 제외하고 상품을 구성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자판기 시스템을 적용한 무인점포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업계는 본사는 대기업이지만 이를 실제 운영하는 주체는 영세상인인 가맹점주들로 적합업종 지정이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술발전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유통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확한 지침이 나오지 않아 사업 진행이 껄끄러운 상황”이라며 “적합업종 범위를 두고 해석에 다툼 여지가 있어 공세적 사업확장보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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