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가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부모와 강제로 격리된 채 임시 보호되는 미성년자는 1만178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입국자와 자녀를 분리 수용하는 '무관용 정책'을 펼치면서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미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녀를 격리하는 무관용 이민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이날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경을 넘은 이민자들이 법적인 자문이나 번역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단체 등을 소개하며 기부를 호소했다.
저커버그는 “지금 이 정책은 중단돼야한다”면서 “나는 이미 문제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으며, 사람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가 게시물을 올리고 20분 동안 6000달러 이상이 모금됐다.
팀 쿡 애플 CEO도 트럼프의 자녀 격리 정책에 대해 “가슴 아픈 일”이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팀 쿡은 “(우는) 아이들을 보고 듣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아이들은 모든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이며, 현재 일어나는 일은 비인간적이고 멈춰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플이 이 문제에 대해 건설적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성명을 내고 자녀 분리 정책이 실망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성명서에서는 “우리는 정부가 정책을 바꾸고 의회가 아이들이 더 이상 가족과 떨어져 있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스코 CEO인 척 로빈슨도 성명서에서 트럼프 이민 정책이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행정부가 이 정책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미국 대기업을 대변하는 주요 경제단체 중 하나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을 대표해 작성된 것이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가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인도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구글은 작년에도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해 400만달러의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이외에도 트위터, 우버, 에어비앤비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CEO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자녀 분리 정책을 비판하고, 이주 가정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분리 격리된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말했다.
머스크는 “내가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있게 할 순 없지만, 아이들을 도울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자녀 분리 정책에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시민자유연맹(ACLU)의 최대 기부자 중에 한 명이다.
실리콘밸리가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테크업계 리더들은 무슬림 출신의 이주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테슬라,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은 정부의 이런 명령이 자신들의 직원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