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가 19일(현지시간) 크게 출렁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5일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이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추가로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중 간 무역갈등의 파고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미중이 500억 달러 규모의 상대방 제품에 대한 관세 발효 시점을 다음 달 6일부터 단계적으로 설정, 협상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실제 양측이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7.26포인트(1.15%) 하락한 24,700.2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한때 419포인트나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으며 5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1.16포인트(0.40%) 낮은 2,762.5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44포인트(0.28%) 내린 7,725.59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보잉과 중장비업체 캐터필러가 각각 3.8%와 3.6% 급락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13.35로 올랐으며, 장중 한때 3주 만에 최고치인 14.68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 경제전문 매체인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마치 미중간 무역전쟁이 터진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정보회사인 오안다의 선임 트레이더인 스티븐 이네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중이) 단순히 '주고받기식' 수준 이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피난 우산' 밑으로 몸을 숨기기 위해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담당 책임자인 루이스 쿠이츠는 미중 양측이 무역전쟁에 더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관세부과 확대를 통해 중국의 양보를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단호하다고 평가했다.
투자운용사 번브래 그룹의 억만장자 짐 멜론 회장은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 확대가 확실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고통이 시작됐다"면서 "더 큰 문제는 주식이 너무 비싸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ACLS 글로벌의 수석전략가인 마샬 지틀러는 중국의 향후 보복조치 가운데 하나로 "보유한 미국 국채 가운데 일부에 대한 매각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1조1천800억 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를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 전체 국채의 8%, 외국인이 보유한 미 국채의 30%에 해당하는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가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이 경제를 붕괴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협상 패턴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 증시가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은 달러화와 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수익률)는 2.8894%,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0228%로 각각 떨어졌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24% 상승한 95.02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는 미 달러화에 대해서는 0.45% 상승했다.
무역전쟁 우려에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2%(0.78달러) 떨어진 65.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8월 인도분 금값은 미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전날보다 온스당 0.1%(1.50달러) 하락한 1278.60달러를 기록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