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주 중 광주광역시와 완성차 공장 합작 투자를 진행한다. 광주공장은 노·사·민·정이 모두 참여해 '반값 연봉'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구현하는 정부 중점사업이다. 노조 측은 임금 하락과 고용 불안정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주 중으로 윤장현 광주시장, 현대차 고위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시와 합작법인 형식 완성차 공장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19일이 유력하다.
광주공장은 광주시가 7000억원을 들여 빛그린산업단지에 건립하는 것으로 현대차가 비경영을 전제로 2대주주 지분율 19%에 해당하는 약 13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2020~2021년께 현재 완성차 정규직 근로자 평균 임금 절반 수준인 약 4000만원으로 현대차 차량을 위탁 생산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 규모는 약 10만대로 직간접 고용 효과가 1만2000여명에 달한다.
광주공장에서는 지금까지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 차종만 위탁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 제40조는 생산 일부를 외주처리하려면 노사공동위원회가 이를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단체협약 제41조도 사업을 확장·이전한다거나 사업부를 분리·양도하는 등 노조원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의사결정은 노사공정위원회가 심의·의결권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향후 출시를 예고한 '초소형 SUV'를 광주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경차 또는 소형차를 기반으로 하는 초소형 SUV는 생산원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명은 '레오니스(Leonis)'가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공장이 노동자 임금 하락과 고용 불안을 동시에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2018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도 사측에 광주공장 투자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상징과 같은 '반값연봉'은 노동자 임금 하향평준화를 위한 수라는 것이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노동자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부영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2015년부터 추진하다가 중단된 광주형일자리를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살리려 하는 것은 최저임금 삭감 연장정책”이라며 “광주형 일자리 지분투자 결정은 최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권 승계 실패, 경영 위기라는 곤궁한 처지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 압박에 굴복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했다.
노조는 현대차가 2000년 초부터 국내 공장 투자를 중단하고 환율 변동과 통상 압력에 순응, 해외 현지공장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968만대 글로벌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지난해 판매 대수는 735만대에 그쳐 공장 가동률이 75.9%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여유 생산능력이 233만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새 공장 투자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광주시와 합작 공장을 설립하더라도 노조가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위탁생산할 차종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