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멘토가 눈치 볼 일?…"기업 문화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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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에 다니는 A씨는 주말을 이용해 스타트업을 돕는다. 평소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 멘토로 나섰다.

하지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사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멘토 날짜가 잡힐 때마다 상사에게 신고하는데 번번이 핀잔을 듣는다. 겸업 금지 조항까지 들먹이며 그만하길 압박한다. A씨는 “휴가를 쓰고 멘토를 하겠다고 해도 반대를 한다”며 “회사 몰래 멘토로 참가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직원들 대외 활동을 꺼리는 기업 문화가 팽배해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전국에 스타트업 멘토 숫자는 7000~8000명으로 추정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리하는 멘토만 6000여명에 이른다. 멘토로 뛰려는 수요는 넘쳐난다.

최근 한 스타트업 지원기관은 70여명 규모 멘토 모집 공고를 냈다. 400여명이 몰려 6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중 기업 실무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변호사, 회계사, 대학교수처럼 전문직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중기부가 보유한 멘토 풀 역시 현업 종사자는 드물다.

스타트업은 전문직보다 동종 업계 실무자 도움을 원한다. 업계 특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구상에서 사업화까지 실질적 조언을 구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실제 일부 스타트업 보육기관이 평가한 멘토 만족도 조사 결과에도 기업 실무자가 1위를 차지했다.

물론 그렇다고 현업 종사자를 일과시간에 불러내 멘토를 맡길 순 없다. 기업 노하우가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기업 목소리도 무시하긴 어렵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업무 중 배운 기술은 회사 자산”이라며 “기술이나 영업비밀 유출을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만 활동한다고 해도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게 되면 업무에 지장이 간다”며 “사회공헌은 멘토가 아니더라도 회사 내 CSR 조직을 통해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현업 종사자를 멘토로 세우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멘토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큰 축이다. 경험이 적은 스타트업에게 나침반이 돼준다. 정부는 올해부터 만 39세 이하 예비 창업자 1500명을 선정, 키울 계획이다. 멘토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셈이다. 멘토 풀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원하는 멘토와 연결해주는 게 최대 목표”라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멘토 대상 교육과 인센티브 정책으로 만회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육성에 동참하는 기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보육기관 관계자는 “멘토 탓에 스타트업이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청년 창업기업 성공은 어떤 멘토와의 만남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안희철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주말을 활용해 멘토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는 것은 정당하다”며 “기업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고용된 기업에 대한 노무 제공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이를 포괄적으로 금지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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