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유착과 협력 사이

#A 기업이 있다. 이 회사는 새로 지을 공장 일부가 그린벨트에 걸쳐 있어 수년간 사업이 지연돼 왔다. B 공무원이 어려운 회사 사정을 듣고 적극 나서서 규제 문턱을 낮춰 문제를 해결했다. A 기업은 매출을 늘렸고, 법인세도 더 냈다. 인근 지역 주민도 꽤 많이 채용했다.

#C 기업 대관 담당 임원이 한 중앙 부처를 찾았다. 새로 할 사업에 '정부 인증'이 필요한데 여러 부처가 엮여 있고, 진척도 수개월째 없었기 때문이다. C사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인증이 조기에 나오면 수백억원대 신규 투자를 하고 고용도 일정 부분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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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례를 뜯어보자. B 공무원은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한 훌륭한 공직자일까,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비리 연루자일까.

C사는 정부를 찾아가 투자를 늘릴 테니 정부에서 빠른 조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적극 민원 제기일 수도,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인 로비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같은 건을 두고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유착과 협력 사이 경계가 모호하다.

기자는 검은돈 거래가 없고, 특정인(기업)만 이익을 보거나 공익을 해치지 않는다면 정부와 기업이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일은 옳다고 생각한다.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에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으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최근 정부와 기업 간 간극이 너무 벌어졌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은 데다 여러 기업이 수사 선상,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대기업 비판 시각이 늘면서 공무원 사회에서 기업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사라졌다.

기업만 답답한 게 아니다. 정부도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청년층 채용을 늘려 달라는 독려조차 하기 어렵다.

산업 진흥 부처에서도 고위 공직자는 물론 말단 공무원까지 기업체를 만나는 것 자체를 기피한다. 괜히 '책잡힐 일 하지 말자'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은 현장과 괴리가 생긴다. 필드 플레이어인 기업체 이야기를 듣지 않는데 괜찮은 산업진흥책이나 합리화 규제가 나올 리 만무하다.

과거 고도산업화 성장 과정에서 정경 유착 폐해가 있은 것은 사실이다. 분명히 말해서 개선할 부분이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가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통로까지 막힌 지금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정부가 기업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요구하고 기업이 정부에 애로사항을 건의하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성장하고 새 산업이 크는 순기능도 분명 있었다. 지금은 이런 일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정부는 깔끔하게 법을 집행하고 기업은 각자 살길만 찾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북·미 관계에서 가장 현명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큰 정성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국민 대부분이 바랄 것이다.

경제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 산업 성장을 위해서도 정부와 기업 간 정성어린 교감이 더 필요하다. 지금 분위기에선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유착은 끊어야 하지만 협력은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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