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대출에 총량 규제를 실시하면서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월평균 약 40% 감소했다. 대출 총량 규제가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1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A저축은행의 최근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월평균 9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대출 총량 규제 실시 이전인 월평균 140억원 대비 36% 감소했다. B저축은행도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월평균 취급액이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50%에 달하는 등 줄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에 상반기 5.1%, 하반기 5.4%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제한했다.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이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다양한 중금리대출 상품이 시장에 선보였다.
SBI저축은행 모바일 전용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이다'는 연 6.9~13.5%로, OK저축은행은 연 9.9~18.9%대 '중금리OK론'을, JT친애저축은행은 연 12~19.9% 금리를 적용한 중금리대출 '원더풀 와우론'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대출 총량 규제 이후 이들 상품 실적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제한된 대출 총량 규제를 지키려다 보니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가운데 가장 판매 실적이 높았던 SBI저축은행 '사이다'도 실적이 급감했고 월평균 200억원가량 판매 실적을 올리던 JT친애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원더풀와우론'도 예전보다 못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제한된 대출 총량 규제 안에서 수익을 내려다보니 상대적으로 신용이 높은 사람에게 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상품이란 애초 취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대출 증가도 점쳐지고 있다.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높은 금리대 상품을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신용자가 저축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 규제로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소비자들이 저축은행에서도 소외받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