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팔 車 없는 한국지엠…2020년 국내 생산 '9종→4종'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음 단계로 추락한 판매량을 회복해야 한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정부의 자금 수혈이 이뤄지더라도 회사의 가장 큰 수익원인 차량 판매를 늘려야 안정적인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지엠 내수 판매는 올해 들어 줄곧 내리막길이다. 올해 2월 군산공장 폐쇄 발표를 전후로 한국지엠 판매량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2월 1만1852대를 판매했으나, 올해 1월 7844대, 2월 5804대, 3월 6274대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월평균 판매 대수는 6600여대로, 지난해 월평균(1만1000여대)보다 40%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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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이 결정된 한국지엠 준중형차 '크루즈'.

문제는 앞으로도 판매를 늘릴 제품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잇단 악재로 영업망이 크게 약화됐고, 일부 차종 단종으로 제품군까지 빈약해졌다. 본사가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신차 2종을 배정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들 신차는 빨라도 2~3년 후 양산할 수 있다. 그때까지 시장에서 버텨낼 신차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지엠이 시판 중인 제품군은 모두 13종이다. 그러나 일부 제품 단종으로 전체 판매 제품군은 2020년까지 10종까지 줄어든다. 국내 생산 제품은 9종에서 4종으로 5종 줄어드는 반면 수입 판매 제품은 4종에서 6종으로 2종 늘어난다. 수입 제품 비중이 국내 제품보다 넘어서게 된다.

먼저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준중형차 '크루즈', 레저용차(RV) '올란도'가 단종된다. 현재 재고 차량을 판매하고 있으나, 물량이 소진되면 생산라인 이전 없이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다. 부평공장 생산 차종인 중형 SUV '캡티바'도 '에퀴녹스'에 자리를 내주고 생산을 종료한다.

창원공장에서 만드는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는 법규상 내년까지만 생산할 수 있다. 한국지엠은 2013년 12월 강화된 안전·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어렵다며 다마스와 라보 단종을 결정했으나, 소상공인들의 청원으로 정부가 규제를 2019년까지 유예해줬다.

'스파크'와 '아베오' 등 한국지엠이 생산하던 글로벌 GM의 주력 경·소형차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업계는 스파크와 아베오 현행 제품 생산이 종료될 2020년을 전후로 이들 차종의 단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GM이 발표한 미래 제품 전략이 친환경차와 SUV, 픽업 등에 집중돼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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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생산해 국내 판매될 중형 SUV '이쿼녹스'.

일단 한국지엠은 수입산 모델과 부분변경 모델로 난관을 헤쳐나갈 계획이다. 올해 출시를 확정했거나 검토 중인 제품은 미국 수입 차종 '에퀴녹스'와 '트래버스', 국내 생산 차종 '스파크'와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 4종이다. 이들 신차의 성공 여부에 향후 경영 정상화와 흑자 전환 성패가 달려있다.

가장 먼저 선보일 신차는 지난해부터 출시를 준비했던 중형 SUV 에퀴녹스다. 미국에서 들여와 국내에 판매할 에퀴녹스는 현지에서 연간 20만대 이상 팔리는 인기 차종이다. 아울러 기존 스파크 부분변경 모델을 상반기, 말리부 부분변경을 하반기 내 출시할 예정이다.

경영 위기를 벗어 낫지만, 한국지엠과 쉐보레 브랜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실 경영으로 한국 철수 우려가 있는 회사 제품을 구매하기 꺼려진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앞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소비자 신뢰 회복, 판촉 활동 강화에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신차를 앞세워 판매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슈분석]팔 車 없는 한국지엠…2020년 국내 생산 '9종→4종'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