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에서 수시와 정시 통합, 교과 특기자 전형 폐지 등을 검토한다.
여러 안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대부분 안이 사교육비 축소와 공정성 제고에 매몰됐다.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 교육 철학이 담기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획일적인 교육을 요구했던 과거로 회귀할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부는 11일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과 정책숙려제 대상인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방안(시안)을 발표했다. 2022학년도 입시 선발방법·선발시기·수능평가방법과 고교학점제 기반 성취평가제 등 중장기 대학입시방향 등을 담았다.
◇2022 대입개편안, '수시·정시 통합' 쟁점
교육부가 마련한 이송안은 대입 단순화를 위해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11월 초 수능을 앞당겨 치른 후 대학이 학생부·수능·대학별고사 등 자율적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수도권 상위 대학이 수시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대폭 확대하면서 수시 쏠림 현상이 빚어진 것의 대안이다.
수능 평가 방법으로는 수능 문제풀이 위주 학교 수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절대평가 도입을 검토한다. 표준점수나 백분위 등 복잡한 점수 체계에서 벗어나 원점수제를 도입할지도 논의한다.
'스펙 쌓기' 사교육 유발 원인으로 지목된 학생부 종합전형도 정비한다. 대학별 선발기준 공개와 평가요소 간소화도 논의한다.
수능 과목도 조정될 예정이다. 2015 교육과정에는 모든 학생이 필수 이수하는 공통 과목이 개설됐다. 통합과학·통합사회를 수능에 출제할 것인지와 문이과 통합이 쟁점이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와 대학별 논술전형 축소, 대학연합논술 도입, 교과특기자 전형 폐지도 공론화 대상에 포함됐다.
<선발시기와 수능 평가 방법 모형 예시>
◇'미래'가 없는 미래 개편안
선발시기·평가방법 등 입시 개편안 모델이 다양하게 제시됐으나, 입시 단순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같다.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과정을 거칠 대학입시개편안은 물론 수시 결과를 좌우하는 학생부 시안 역시 같은 기조로 마련됐다.
하지만 미래 교육이 지향하는 개인 재능을 극대화하고 창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성과 단순화에만 매달린 탓에 대학의 자율성을 막는 것은 물론 개인 특성을 평가할 요소도 남겨두지 않았다. 사교육 유발을 막는 대안을 내놓기 보다는 아예 사교육과 관련된 요소를 없애는 형태로 개편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적정 수시·정시 비율을 제시하면 대학 자율성은 훼손된다.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학생의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또 다른 기준을 찾아 수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과도 배치된다.
특정 과목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는 학생을 위한 교과 특기자 전형도 없어질 위기다. 과학영재나 수학영재는 갈 곳을 잃는다. 학생부에 수상경력도 기재할 수 없어 과학영재도 다른 학생과 동일한 수준으로 공부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진다.
교육부는 이날 사교육 개입 가능성을 최소화해 정규교육과정 중심으로 학생부 기재항목을 정비하는 시안을 공개했다. 정책숙려제에 따라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 200여명 국민평가단이 논의한 후 교육부가 결정한다.
시안은 인적사항 중 학부모 정보와 함께 수상경력 등도 삭제하도록 했다. 전체 기재항목은 초등학교 8개에서 5개로, 중·고등학교는 10개에서 7개로 각각 3개씩 줄였다. 항목뿐만 아니라 기재 요소도 간소화했다. 방과후학교활동과 자율동아리 활동은 기재하지 않는다. 소논문 활동은 정규교과 수업 중 지도한 경우만 기재하고 학교 밖 청소년 단체 활동과 봉사 특기사항은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은 현행대로 기재하되 특기사항은 간소화했다.
교육부는 대입 개편 배경을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 등 급변하는 환경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인 미래 인재 양성이라고 설명했지만, 단순화와 공정성을 위해 획일적인 형태의 교육을 요구한 셈이 됐다.
김상곤 부총리는 “7개월 동안 고교·교육청·대학전문가가 참여해 정책연구를 하고 국민 의견을 경청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는 무엇보다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를 원했다”면서 “공정성이 해결돼야 창의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학입시 개편안과 학교생활기록부 시안 쟁점>
<학생부 기재요소 정비(안)>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