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에 세법조사…EU, 미국에 세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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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전방위적 통상 압박에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금 전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미국 세법 조항 중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지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 방침이 정당한지 들여다봐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춘 감세 정책도 포함됐다. EU는 급격한 세율 인하가 국제무역 규칙을 깰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래 금액에 바로 세금을 물리는 인바운드 텍스도 문제 삼았다. 1년간 소득이 모이면 과세하는 기존 세법 체제를 미국이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EU는 조세회피지역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올해 초 OECD와 별도로 블랙리스트를 자체 선정했다.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괌, 마셜제도, 나미비아, 팔라우 등이다. EU는 앞으로 미국 우호 국가 3곳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추가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하마,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세인트키츠네비스가 거론된다.

바하마에는 미국 금융·숙박 회사 다수가 몰려있다. 바하마가 블랙리스트에 지정되면 이들 기업 피해는 불가피하다. 국가간 조세 조약에 따른 혜택이 사라지면서 세금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세인트키츠네비스는 1983년 영국령에서 독립한 북미 카리브해 섬나라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EU가 미국 우호 지역을 블랙리스트에 일괄 넣은 것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조치에 맞불을 놓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EU를 중심으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움직임이 일자 EU 회원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세금을 매길 수 있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EU는 곧바로 맞받아쳤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미국 IT 기업을 상대로 전체 매출의 2~6% 상당 세금을 거두는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필립 하몬드 영국 재무장관은 구글, 페이스북이 벌어들인 수입에 과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거대 인터넷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룩셈부르크에 소득을 이전, 유럽에선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며 “가치(수익)를 창출하는 곳과 세금을 내는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EU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을 상대로 사실상 세금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유럽 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압박이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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