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이들보다 조금 지능이 낮아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다른 말로 경계선지능 아동이라 한다. 보통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있는 아이들이다. 장애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심과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계선지능 아동은 수급자가 되는 비율이 일반 아동의 15배가 넘는다. 방치하면 지적장애가 되는 경향이 높다. 선제 조치로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면 커다란 사회비용을 절감하고 아이들 삶도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예산 한계 이내에서 급한 일만 처리하기에 급급한 행정은 장기 안목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정부 행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등장한 것이 2010년 영국에서 시작된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이다. 민간 투자로 예방 성격의 공공사업을 수행한 뒤 성과를 달성했을 경우 정부가 예산을 집행해서 투자자에게 상환해 주는 계약을 말한다.
정부는 성공한 정책에만 비용을 집행하게 되어 예산을 절감하고, 늘어난 재원으로 더 많은 공공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SIB는 정부와 사회에 주는 유익이 크고 혁신이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되어 현재 전 세계 100건이 넘는 다양한 공공정책이 이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최초의 SIB 사업은 서울시에서 도입했다. 사업 대상은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 아동들이다. 팬임팩트코리아는 현재 3개 민간기관의 투자를 받아 대교문화재단을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점이 많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방법이지만 여기에도 일부 제약이 있다.
SIB는 '채권(bond)'이라는 명칭과 달리 실제로는 시장에서 거래하지 못하는 '계약'으로 취급된다. 유동화가 어려워 투자 위험이 상승하고, 사회성과 측정 특성상 투자자 상환금 계산이 복잡하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돌파구가 바로 블록체인과 스마트 콘트랙트였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기반이 된 기술로, 보안과 신뢰성이 장점이다. 스마트 콘트랙트는 블록체인에 설치돼 작동하는 프로그램으로서 블록체인의 장점을 지닌 채 정보의 기록과 보존, 가치 전송 등 특정한 기능의 실행을 가능하게 한다. 투자 자금을 작은 단위로 분할해 전송할 수 있고 알고리즘에 따라 상환금을 계산할 수 있어 기존의 SIB에 내재된 약점들을 해결했다.
기술은 가치 있는 목적에 쓰일 때 수용성이 높아지고 사람들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혁신 기술이 암호화폐 가격보다 관심을 못 받고, 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오해까지 받은 것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블록체인의 긍정 체현을 목도하지 못한 탓이다.
첫 스마트 SIB는 공공사업과 기술의 접점을 찾아 블록체인이 아이들 미래를 바꾸는 일에 사용되고 있다.
이 작은 시도는 조용히 시작됐지만 이런 혁신이 누적된다면 블록체인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끌어내고, 기술은 이에 호응해 긍정 사회로의 변화를 끌어낼 것이다. 곧 이러한 변화의 매개체로 블록체인이 내재된 잠재력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kjh@panimpac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