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평창 동계올림픽 열기로 뜨겁게 달궈진 17일 동안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5세대(5G) 이동통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올림픽 기간에 선보이며 기술 강국으로서의 위상 또한 드높였다.
로봇도 톡톡히 제몫을 했다. 세계 최초로 성화를 봉송한 휴보(HUBO)를 비롯해 벽화 로봇, 관상어 로봇, 안내 서비스 로봇 등 11종 85대의 로봇이 활용돼 국내 로봇의 앞선 기술력을 홍보했다.
지난 12일에는 알파인 스키 종목 가운데 '대회전'을 모사한 '스키로봇 챌린지'가 세계 최초로 개최돼 8개 팀이 참가, 열띤 경연을 펼쳤다.
과거 미국, 일본, 유럽의 기술력을 따라잡기에만 급급해 하던 우리 로봇 산업이 괄목 성장을 이룬 것을 보며 로봇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 로봇 산업의 현실을 한층 깊이 들여다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한 상황이다. 2016년 기준 국내 로봇 시장은 4조5000억원 규모에 불과하고,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아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 수준 또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 받고 있는 미국 또는 일본과 비교,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아직은 후발 주자이지만 거대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적극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다.
이렇듯 샌드위치 상태에 놓여 있는 우리 로봇 산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 2월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능형 로봇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국내 산업 평가 부분에서는 로봇 수요 기반이 취약하고 경제성이 떨어진 것으로 지적된다. 작업자가 기피하는 3D 업종 등 중소제조업에서 로봇 수요는 적지 않지만 수요에 맞는 가격과 기능을 갖춘 로봇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유연 생산, 다품종 소량 생산 등에 적합한 '협동로봇' 개발·보급을 이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시의 적절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일본과 유럽의 선도 기업도 협동로봇 상용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떤 기업도 시장을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우리 기업에도 시장 선점 여지는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협동로봇' 확산 성공을 위해서는 센서, 감속기 등 핵심 부품 기술 확보가 필수다. 소프트웨어(SW)와 제어 기술은 어느 정도 세계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생각되지만 핵심 부품은 대부분이 외산, 특히 일본 부품이라고 할 정도로 국내 로봇부품 경쟁력은 취약하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최근 3년 동안 부품 수입은 4780억원으로 수출(1901억원)의 2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산업부 전략에도 핵심 부품의 경쟁력 확보를 주요 과제로 다루고 있는 만큼 부품과 완제품의 동반 성장을 기대해 본다.
이와 함께 앞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융합은 필연으로 이뤄지는 기술 진전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미 개발된 AI 활용과 로봇 용도에 맞춘 AI 최적화 및 응용에 특화된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국 '다르파 세계 재난로봇 경진대회(DRC)' 예에서 보듯 최고 고난도 로봇기술 경연을 볼 수 있는 대회를 지속 개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성공 개최된 스키로봇 챌린지 참가 범위를 국외로 확대해서 정례 개최를 한다면 국제 기술 교류와 함께 우리 로봇 기술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산업부의 지능형 로봇 산업 발전 전략 발표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활발한 로봇 활용을 기점으로 우리 로봇 산업이 대도약하는 2018년이 되길 기원한다.
최혁렬 한국로봇학회장 hrchoi@me.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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