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이 외치는 '혁신'을 서울대병원도 놓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가진 상징성과 책임을 고려하면 무조건 빠른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이 던진 말에 국내 최대 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 무게감이 느껴졌다. 근대 국가의료기관 효시로 일컫는 서울대병원은 규모가 가장 크고 사회가 주시하는 의료기관이다. 의료 서비스부터 연구개발(R&D)까지 관심과 감시 대상이다.
김 실장 고민도 깊어진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이라는 산업 패러다임과 의료 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정보통신기술(ICT)로 풀어내야 한다.
그는 “정밀의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 패러다임과 의료 서비스 공공성 강화, 경영 효율화 등 CIO가 갖는 미션이 과거와 비교해 커졌다”면서 “서울대병원이 가진 상징성, 규모를 고려하면 빨리 가기보다 단계별로 안전하게 과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의료IT 역사는 깊다. 우리나라 의료IT 역사가 서울대병원에서 시작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78년 정보화실 전신인 의무기록실이 설치됐다. 이듬해 국내 최초 원무 전산화가 시작됐다. 2001년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2004년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을 서울대병원이 최초로 도입했다.
신속거치판막술 등 심장수술 세계적 권위자인 그는 의료IT 분야에서도 노하우가 깊다. 2004년 전자의무기록팀장으로 국내 첫 EMR를 성공적으로 가동시켰다. 이후 의료정보운영실장, 의료정보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했다. 6년 만인 작년 정보화실장으로 복귀했다.
복귀 후 1년 동안 그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의료진, 환자, 전산직원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의료진 편의를 높이기 위해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부문별 실무·심의 회의를 구성해 수요를 파악하고 약물유해, 수술장, 감염관리, 급식영양 등 기능을 강화했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개인정보 자율규제 규약 등 보안 강화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했다. 의료 공공성 강화, 의료 패러다임 대응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주력했다.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하고 대학병원과 협업해 치료법 제시를 시도한다. 연말 오픈하는 첨단외래센터에 전자처방전, 무인결제, 의무기록출력 간편화 등 모바일 플랫폼도 구축한다. 정보화실 직원 위상을 높이는 것도 미션이다.
김 실장은 “최근 미국에서 정밀의료 플랫폼을 도입해 암 환자 치료에 접목했다”면서 “분당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등과 공동으로 진료정보 교류 기반 중증질환자 진료협진 모델을 개발하는 등 ICT를 활용해 공공의료기관 책임을 다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전산직원은 HIS 시스템 개선사항 등 전산 민원처리 부서로 인식돼 심적 피로도가 컸고 자긍심도 많이 떨어졌다”면서 “서울대병원 의료정보시스템 역사가 우리나라 의료정보 역사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했고, 병원 전산 인프라 고도화로 업무 환경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교류가 드물었던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등 관계병원과 협업을 재개했다. 4개 병원 CIO가 한데 모여 의료정보시스템, ICT 기반 의료서비스 고도화 논의가 목적이다.
김 실장은 “3개월에 한 번씩 관계병원 정보화 책임자가 모여 큰 틀에서 의료정보 시스템 로드맵을 그린다”면서 “서울대병원 관계기관 간 진료정보, 치료정보 등을 교류해 서비스 질을 높인 다음 타 병원까지 참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상의 진료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병원 CIO는 기술을 도입할 때 효율성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가 개선되는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은>
1990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를 수료했다. 동대학원 흉부외과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1998년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학 교수로 기금전임강사, 부교수를 거쳐 현재 겸직교수를 맡는다. 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전자의무기록팀장, 의료정보운영실장, 의료정보센터 부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 발전기금담당, 심폐기계중환자진료실장을 거쳐 현재 정보화실장을 맡고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고시위원, 총무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고시위원장이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