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다음달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인터넷기업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세금 규정 개편을 예고했다. 각국 소득을 세율이 낮은 곳으로 몰아주는 조세회피를 근절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앞으로 프랑스에서 발생한 매출에 대한 세금 납부를 천명했다. 대표 조세회피처인 아일랜드를 포함, 일부 회원국은 반발했다.
EU가 오는 3월 글로벌 인터넷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세금규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5일(현지시간) APF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분과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라디오 J에 나와 “디지털경제 수익에 과세하는 방안이 '충격(electric shock)'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디지털 기업 활동을 식별하는 방식을 마련, 클릭수·광고비·최종 수익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세금을 내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세금 규정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GAFA'로 불리는 거대 인터넷 기업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등 숙박 예약 서비스 업종에 모두 적용된다.
EU는 세금규정 개편을 통해 글로벌 인터넷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대해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술 기업은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에 각국 소득을 몰아주는 편법을 활용, 각국 조세당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모스코비치 위원장은 이들 인터넷기업이 유럽에서 평균 9% 세율을 적용받는다고 지적했다. 일반 기업이 평균 23% 세율이 적용되는 것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EU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조세회피 기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9월에는 이익이 아닌 매출에 근거해 세금을 매기는 '형평세' 도입도 논의됐다. 형평세는 글로벌 기업이 소득을 이전해 이익을 남기지 않아도 매출이 발생하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이런 노력으로 일부 기업이 조세 납부, 매출 집계 시스템 개편을 약속하는 등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은 이날 성명을 통해 향후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용, 영업이익, 세금을 프랑스 정부에 신고하고 관련 세금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올해 초부터 지사가 설립된 23개국 매출을 현지 매출로 잡는 회계 시스템 개편에 착수했다.
유럽의 대표 조세회피처 아일랜드를 포함, 일부 국가는 이 같은 세제 개편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날 파스차이 도노호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유럽 연합이 디지털 사업에 과세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아일랜드, 헝가리, 북유럽 등 더욱 많은 국가와 공유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형평세 도입 논의 때도 몰타, 키프로스와 함께 반대했다. 덴마크, 체코, 룩셈부르크, 스웨덴 등은 유보 입장을 보였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