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KT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KT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자금 전달에 KT 임원 수십명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경찰 수사 칼끝이 황창규 KT회장을 겨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수사 확대 불가피
경찰은 수사 확대를 시사했다. 경찰은 31일 압수수색으로 불법비자금 조성과 정치자금 살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회계 장부를 확보했다. 경찰은 자료 확인을 위해 KT 대외협력 담당 임원 소환도 예고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시됐고 KT 일부 임원의 개인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T 임원의 정치자금법 혐의가 확인될 경우, 국회에 미치는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경찰은 KT 임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와 옛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 다수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수백만원까지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은 받은 사람도 처벌 대상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말 KT 임원이 일부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첩보를 입수, 내사에 착수했다. 정확한 정치자금 지원 대상과 규모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은
경찰은 이날 “정치 자금 제공 과정에서 혐의를 받고 있는 임원 외에 다른 임원이 동원됐는지, 기부 대상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등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지금 단계에서 결과를 예상할 없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결국 황 회장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KT 임원은 정치자금 제공이 개인 차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황 회장이 이 같은 활동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혹은 사후 보고를 받았는지를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거가 확보되면 황 회장도 소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황 회장의 사전 인지 혹은 사후 확인 여부에 관계없이 KT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자체가 황 회장에겐 부담이다.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 추락은 물론이고 지난해 연임 이후 지속되고 있는 KT 안팎 퇴진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편 경찰의 전격적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 KT 안팎에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일각에선 황 회장과 KT에 대한 '노골적 압박'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차제에 황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