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이너스금리에도 기업 투자 안 돼 '부동산과 해외로 쏠림'

일본은행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2년 전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애초 정책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채 한계를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검증 마이너스금리, 돈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풀린 돈이 기업의 투자 확대로 가지 않고, 부동산이나 해외 대출 증가로 쏠렸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마이너스금리는 은행이 고객 예금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맡기면 법정지급준비금을 넘는 부분의 일부에 0.1%의 이자(수수료)를 일본은행에 내도록 운용된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는 대신에 기업 대출을 늘리도록 함으로써 투자 확대와 경기 선순환을 기대했다.

대출이 늘기는 했다. 일본 시중은행의 2017년 말 현재 대출금은 485조엔(약 4752조원)으로 2년 전보다 4% 늘었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보면 정책 도입 의도와는 조금 달랐다. 전체 대출이 연간 2∼3% 늘었는데 부동산업으로의 대출은 7%까지 급증해서다.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업 비중도 2년 전보다 1%포인트 늘어나며 15%가 됐다. 아파트 건설 외에 부동산 거래용 자금조달도 많았다고 분석됐다.

도시미래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도 전반기(4∼9월) 상장기업과 부동산투자신탁(REIT) 부동산 매매는 1조8213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BNP파리바증권 고노 료타로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이 생산 능력을 향상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등의 투자로는 연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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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이너스금리인데도 일본은행에 대한 시중은행 예금이 늘어났다. 2016년 1월 말부터 2017년 11월까지 일본은행 당좌예금 예탁금은 68조엔 증가해서 1.4배가 됐다.

이유는 일본은행이 금융기관 수익 등을 배려해 당좌예금 증가분 가운데 일정 조건을 채운 부분에는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하지 않아서다. 대형은행은 일본은행 이자 지급이 거의 제로였다. 마이너스금리를 우려한 지방은행 등은 단기금융시장에서 대형은행 등에 자금을 넘겨 운용했다.

늘어난 대형은행의 돈은 해외로 흘러나갔다. 2017년 9월 말 일본 시중은행의 해외지점에 의한 대출금은 전년 동기 대비 10조엔 늘어 74조70000억엔이었다.

마이너스금리 정책으로 더 풀린 돈이 부동산이나 해외로 향한 것은 일본기업에 자금 수요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 금리가 더 낮아지더라도 기업이 설비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뒤 (돈의 흐름) 풍경은 금융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본의 과제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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