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업의 사회 책임을 다시 생각한다

Photo Image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기업의 사회 책임'(CSR)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 가고 있다. 지난날 경영학 교과서에서는 기업의 목표를 이윤 극대화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이제는 이윤 극대화만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경우 위기를 맞게 되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CSR는 1960년대 미국 중심으로 대두된 개념이다. 당시 기업의 사회 참여는 이익 환원 등 단순한 자선 사업에 머물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업 활동의 투명성과 윤리성이 요구되고, 더 나아가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 등에 좀 더 광범위한 적극 참여를 요구하는 사회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세계 흐름에 따라 국제표준화기구(ISO)는 CSR 측정을 위해 2010년 'ISO 26000'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지배 구조,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등 7대 핵심 과제로 이뤄진 국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있어 기업이 좀 더 체계화된 사회 책임 활동을 펼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일찍이 노벨 경제학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CSR는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나아가 기업에 사회 책임을 묻는 것은 시장 원리와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SR라는 개념은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일치된 정의가 내려진 것이 아니어서 시대나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프리드먼이 살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CSR 활동이 이익 창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며, 더 이상 반시장 활동이라 할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바이마르 헌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19년 1차 세계대전 뒤 독일 국민의회가 8월에 공포한 이 헌법은 소유권의 의무와 재산권 행사의 공공복리 적합성을 규정하는 경제 조항을 처음으로 포함하고 있다. 바이마르 헌법 135조 3항에 따르면 '소유권은 보장된다. 그러나 소유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CSR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우리는 CSR를 기부나 사회 공헌이 아니라 소유권을 잘 활용해서 지속 성장을 이루는 활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CSR 활동의 기본은 '좋은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서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1차 책임만으로 부족하다. 공공 이익에 부합되는 기업 활동 영위라는 2차 책임까지 이행해야 한다.

오늘날 CSR는 대단히 중요한 철학을 담고 있다. 단순히 기업의 목표로 이윤 추구만을 삼게 되면 끊임없는 경쟁과 자본 증식에만 몰두하게 된다. 그 결과 경제 양극화가 심화돼 카를 마르크스가 진단한 자본주의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기부나 자선에 기초한 사회 공헌 활동에만 집중하면 기업 혁신과 성장은 구두선에 그칠 것이다.

우리는 소유권과 공공 이익의 적합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바이마르 헌법의 가르침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업은 사회 책임 활동이 사회 책임 이행과 효율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CSR는 좋은 제품 생산을 통한 이익 창출을 바탕으로 공공 이익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skkwak@snu.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