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포털 규제 움직임 속 표현의 자유 침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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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막론하고 포털 규제 강화를 외치면서 표현의 자유가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최근 댓글, 가짜뉴스, 혐오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기업에게 과도한 모니터링 의무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정치 논리에 휘말려 성급한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포털 네이버 댓글이 인신공격, 비하와 혐오, 욕설의 난장판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이를 방기하는 포털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는 이런 행위가 범람하고 있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묵인과 방조도 공범”이라면서 “가짜뉴스 삭제조치, 악성 댓글 관리 강화 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거 표현의 자유 위축을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 재도입을 들고 나왔다. 하루 1000만명 이상 이용하는 인터넷서비스에 댓글을 달려면 본인확인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ICT뉴노멀법에 포털 상시 모니터링 의무를 포함했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는 포털에게 과도한 관리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한다고 반발한다. 정치적 외압을 행사해 기업이 자기검열을 더욱 강화하게 만드는 조치라는 것이다. 명예훼손 등 기업이 판단하기 어려운 법적 사항은 사법기관에 의뢰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픈넷은 “불법정보가 유통된다는 이유만으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상시 모니터링 의무와 과중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인터넷을 경직된 검열 공간으로 만든다”면서 “인터넷 실명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인터넷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무기한으로 보관하게 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독일에서도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에게 악성 콘텐츠를 규제하도록 강제하는 '네트워크 시행법(NetzDG)'이 표현의 자유 논란에 휩싸였다. 이 법은 SNS 기업에 콘텐츠 규제를 지우는 세계 최초 규제지만 도입되자마자 야당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판별 주체가 사법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독일 정부는 논란 확대에 6개월 이내 평가작업을 거치겠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충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적 압력이 아니라 사회 합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악성 콘텐츠의 근본적 해결 방안은 사회 갈등 완화에 있다는 것이다. 국내 포털 기업도 이런 점을 고려해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해왔다. 최근 논란이 된 최순실 관련 연관검색어 삭제도 네이버가 스스로 외부 기관에 의뢰해 평가 결과를 공개했기 때문에 대중에게 알려졌다. 지난 대선 기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12개 언론사 협업으로 정치인 발언 등에 대한 사실 여부를 검증한 'SNU 팩트체크'를 게시한 것도 이런 노력 일환이다.

합의점을 찾기 위해 가짜뉴스, 댓글, 연관검색어 등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영향력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정치권에서 포털에 유통되는 악성 콘텐츠를 지적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범위 설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연관검색어만 하더라도 게시물인지 단순히 빠른 검색을 위한 서비스인지 이견이 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댓글, 연관검색어 등을 통한 명예훼손은 사법기관도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인데 포털에게 판단·조치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정치권은 정쟁 도구로 포털을 이용하기보다 기업의 자율규제를 활용, 최종적으로 이용자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