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대차그룹을 방문해 정의선 부회장을 만났다. 지난달 김 부총리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대기업은 혁신 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면서 “대기업 관계자도 만나겠다”고 밝힌 뒤 성사된 두 번째 회동이다. 이에 앞서 김 부총리는 LG그룹을 찾아 구본준 부회장을 만났다.
경제 부처 수장과 국내 대표 기업 총수 간의 회동은 반길 일이다. 정부와 기업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서로의 도움 없이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 간 손발이 맞아야 우리 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한다.
김 부총리는 LG·현대차 최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와 고용, 상생 협력과 공정한 경쟁을 당부했다. LG는 올해 19조원 투자와 1만명 채용, 현대차는 5년 동안 23조원 투자와 4만5000명 채용 계획으로 화답했다. 두 기업 모두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에 적극 나설 것도 약속했다.
정부는 짧은 만남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거뒀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정부와의 공식 회동 때 대기업이 '선물 보따리'를 내놓는 기존의 틀을 벗지 못한 탓이다.
최근 만남이 대기업이 아니라 정부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다음 회동할 기업이 정부에 선사할 선물 준비에 큰 부담을 느끼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김 부총리는 이번 만남의 취지가 대기업의 혁신 성장을 격려하고 고충을 듣기보다 고용과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자리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혁신 성장은 소득 주도 성장과 함께 경제 정책의 '양대 축'이 아닌 '후순위'라는 업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 부총리는 앞으로도 계속 대기업을 만날 계획이다. 다음 기업과의 만남은 좀 더 허심탄회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기업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쌓이면 투자와 고용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