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진로의 '일감 몰아주기'를 적발해 과징금 총 107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총수 2세,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고발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첫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제재다. 김상조 식 '재벌개혁'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앞서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 법원 패소 사례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에 대규모 과징금 부과, 총수 2세 고발을 결정해 앞으로도 '강한 제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이트진로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간접적으로 약 10년간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총 107억원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법인)와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총수2세), 김인규 대표이사 등을 고발한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본부장이 2008년 4월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후 하이트진로는 통행세 거래, 우회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부당이익을 몰아줬다.
하이트진로는 종전 삼광글라스(OCI 계열사)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2008~2012년 기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공캔 1개당 2원)를 내도록 했다. 2013년 하이트진로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 구매 시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내도록 했다.
2014년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의 주식 100%를 키미데이타에 25억원에로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지원 했다. 같은 해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에 글라스락캡(밀폐용기 뚜껑) 구매 시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 79억4700만원, 서영이앤티 15억7000만원, 삼광글라스 12억2000만원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이자 서영이앤티 최대주주·이사인 박태영,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김창규 하이트진로 상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번 제재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첫 일감 몰아주기 제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이트진로 사건을 시작으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제재가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써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계획에 따라 착실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 관련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사례를 고려, 이번 사건을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처리했다. 위법 여부를 가리는 전원회의를 수차례 열어 제재 여부·수위를 결정했다. 100억원대 과징금 부과, 총수2세 고발을 결정해 앞으로도 '엄중한 제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이트진로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 지적 내용은 이미 해소된 사항”이라며 “지난 거래에 대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관련 부분은 다수 회계법인을 통해 적정한 거래임을 증명했음에도 공정위와 입장 차이가 있었다”며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