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회, 대학,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의 해법을 '국제 공조'에서 찾자고 입을 모았다. 구체화된 국제 협약까지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 문제가 주요국의 현안으로 떠오른 지금이 문제 해결의 적기란 점에도 동의했다.
전자신문이 지난 3일 개최한 '글로벌 기업, 그들은 한국에 무엇인가' 결산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 간 규제에 분명한 역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한회사를 비롯한 제도상의 맹점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이의 해결책으로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글로벌 기업의 매출 파악이 어려워서 세금을 매길 수 없다. 최근 일부 기업이 세금을 내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보여주기 식에 그칠 공산이 크다”면서 “우리나라 법률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고 집행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국제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영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은 “글로벌 기업 조세회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세를 부과하는 사업장, 과세 원칙 등 기본 개념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위해 100여국이 추진하는 '벱스(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를 사례로 제시했다.
'벱스'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피를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벱스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추진을 의결했다. OECD 비회원국까지 102개국이 참여, 2020년까지 국제 조세 체계 개편 등 여러 과제를 수행한다.
우리나라는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벱스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프로젝트 결과물이 국내 조세법에 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국제 차원의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효창 두원대 교수는 “벱스 프로젝트에서 2015년에 발표한 액션8과 이후 액션13에 따라 각국 기업의 무형자산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력 관리를 하면 기업별 자산 등의 윤곽이 드러난다”면서 “정부에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점진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중국처럼 내수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신속하고 확실한 국제 협약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가까운 일본 등과 연대 대응하면서 점차 국제 연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영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 국장 역시 “규제 집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규제 기관과의 원활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조사 현황과 결과를 공유하고 질문지를 전달해 주는 정책을 운영한다며 이 같은 협력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안호천차장(팀장)유선일·최호·권동준·정용철·오대석·최재필·이영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