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가상화폐 분야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 스트리트 저널은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분석을 인용해 독일에서 2008년부터 블록체인과 관련해 모두 1307건의 컴퓨터 코딩 프로젝트가 진행돼 왔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과 미국, 영국에 이어 4번째이며 일본을 앞서는 규모다.
특히 수도 베를린은 수년 전부터 세계적 수준의 블록체인 코딩 전문가의 커뮤니티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 기업을 위해 일하는 코딩 전문가들을 포함하면 베를린이 이 분야에서 차지하는 실제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뮌헨과 본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과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신기술에 대한 독일의 신중함을 한탄해왔던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에게는 모처럼 맞는 반가운 변화다.
그 열기는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로도 옮겨가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블록체인을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현금을 선호하고 복잡한 금융기법에 회의적이며 IT 트렌드 수용에 굼뜬 독일에서 이처럼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것은 놀라운 현상이다.
2016년 국제중앙은행저널에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인은 전체 거래 82%, 결제총액의 53%를 현금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소비자와 비교하면 현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현금만이 진짜'라는 독일 유명한 격언이 이들 각별한 현금 사랑을 대변해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취한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독일이 유독 회의적이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현금 선호가 오히려 채굴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통량에도 상한선을 두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을지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가상화폐가 인플레 대비 수단으로서 주목받고 있다는 얘기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