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D프린팅 산업은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3D프린팅이 가져다줄 제조 패러다임의 변화를 간과했으며, 현장과 동떨어진 인프라 구축이나 시제품 제작 위주의 소형 프린터 개발에 치우쳐 있습니다.”
주승환 한국적층제조사용자협회(K-AMUG) 회장이 진단한 국내 3D프린팅 산업의 현주소다. 3D프린터, 소재, 소프트웨어(SW) 등 모든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주 회장은 국내 3D프린팅 산업 초기에 3D프린터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국내에 3D프린터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2008년 무렵부터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동호회와 연구 모임을 결성해 3D프린터를 보급했다. 금속 3D프린터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 센트롤에서 주물사프린터 및 금속 3D프린터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주 회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미 항공기 엔진 부품을 3D프린팅으로 제작, 구조가 복잡해서 여러 조각으로 제작해 연결하던 부품을 일체형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처럼 세계무대에서는 제조 환경이 산업용 금속 3D프린팅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변화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국내 3D프린팅 산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늘면서 인프라가 갖춰지고,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교육 또는 연구용 활용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산업용 금속 3D프린터를 개발해서 출시하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매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3D프린팅 산업은 정체 상태입니다. 원천 기술과 소재 기술은 물론 응용 기술에서도 뒤져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기술과 제품 개발로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 회장은 3D프린팅 개념을 포괄한 '적층제조(AM)' 인식 확산을 강조했다. 그는 “AM은 기존의 제조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제조 트렌드”라면서 “K-AMUG를 '3D프린팅사용자협회'가 아니라 '한국적층제조사용자협회'로 공식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회장은 우리나라가 AM을 이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자동차 부품, 조선기자재, 귀금속 가공 등 멤스나노와 치기공을 비롯한 헬스케어를 꼽았다. 해외에서 아직 접근하지 못했거나 시작 단계에 있는 업종이다.
K-AMUG는 자동차부품과 조선기자재에 3D프린팅을 접목한 'AM 기반 공정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오알레이저, 상하이3D프린팅협회 등 해외 기업 및 기관과 교육, 인력 양성 협력 협약도 체결했다.
주 회장은 1일 “국가 3D프린팅 산업 육성 방향은 현장 중심의 AM 기술 적용과 제조 공정 혁신을 목표로 재정립돼야 한다”면서 “K-AMUG는 이에 발맞춰 수요 중심의 AM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 제조 공정 혁신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