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역량이 소프트웨어(SW)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 국가 미래 경쟁력은 SW가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SW 산업이 처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말에 걸맞지 않게 SW 시장 규모는 16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에 불과하다. 과연 무엇이 문제여서 국내 SW 산업 경쟁력이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SW 사업을 통해 대박을 내는 기업이 지속해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SW 인력은 국내 기업을 외면하고 우수한 젊은 인재는 SW 전공을 기피한다. 국내 SW 기업에 취업해 봤자 제대로 된 대우는커녕 고된 근무 환경에서 평범한 일상마저 빼앗기는 현실에 절망하기 일쑤다.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내내 머릿속에 맴돈 것은 하루빨리 대한민국 SW 산업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지 못할 경우 4차 산업혁명 선도는커녕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해서 2류 국가로 전락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취임 후 첫 과제로 공공 분야 SW 사업 과정에서 오랫동안 해소되지 않은 채 SW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고질화된 문제점과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존의 제도 가운데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 보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계 SW 전문가들로 일명 SW '아직도 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운영했다. 여러 차례 전문가 회의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SW 산업 육성을 위한 공공 SW 사업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국정 현안 점검 조정 회의에서 정부 정책으로 확정했다.
혁신 방안은 △발주자의 요구 사항 명확화를 위한 '제안요청서 사전심사제' 도입 △철저한 과업 변경 관리 및 적정 대가 지급을 위한 '과업심의위원회 설치·운영 의무화' △원격지 개발 활성화를 위한 '작업 장소 협의 시 기업 의견 중시' △SW 사업 지식재산권(IP) 활용 촉진을 위한 'SW 산출물 요청·제공 절차 마련' △상용 SW 활성화를 위한 'SW영향평가 의무화 및 유지관리 요율 상향' 등 SW 전문가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과제를 담고 있다.
'공공 SW 사업 혁신 방안'은 SW 기업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발주 기관의 업무 부담과 불편이 다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원격지 개발 활성화 대책은 다소 미흡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러한 부분은 공공 부문이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SW 개발은 원격지에서 이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발주 기관의 인식 전환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계 부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굳건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협의했다.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됐지만 단지 법·규정 개정으로만 끝난다면 또다시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행력을 확보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산업계 및 관련 협회와 유관기관·연구소 등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즉 SW 관계자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제도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정부는 공공 SW 발주 실태를 점검해 문제점이 뿌리 뽑힐 때까지 혁신 방안의 실행 여부를 추적·관리해야 한다.
'공공 SW 사업 혁신 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이 사업의 단계 전반에 걸쳐 효율성이 향상되고, 이에 따라 SW 기업의 수익성 제고와 함께 개발자의 근무 여건이 개선될 것이다. 또 SW 산업 구조가 SW 기획·설계 중심으로 개편돼 고품질의 일자리가 확대되고 개발자 창업과 전문 기업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SW를 가장 잘하는 나라, SW 기업을 운영하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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