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영업하는 일정규모 이상 다국적기업은 지배구조·재무현황 등이 담긴 통합보고서를 국세청에 의무 제출해야 한다. 불투명한 거래로 각종 조세를 회피했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은 다국적기업 그룹 법인 중 작년 12월 사업연도가 끝난 내국법인과 외국법인 국내사업장은 새해 1월 2일까지 2016년 귀속 통합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12일 밝혔다.
통합보고서 제출 제도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BEPS 프로젝트 일환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BEPS 프로젝트 권고사항인 통합보고서 제출 제도를 2015년 세법 개정 때 반영, 올해 처음 시행한다.
통합보고서는 △개별기업보고서 △통합기업보고서 △국가별보고서로 구성됐다.
개별·통합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다국적기업은 그룹 법인 간 연간 거래액이 500억원 이상이고, 매출액이 1000억원을 초과하는 내국법인과 외국법인 국내사업장이다.
국가별보고서를 제출 의무는 국내기반 기업의 경우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액이 1조원을 초과하는 다국적기업 그룹의 국내 최상위 지배기업에 부과된다. 해외기반 기업은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를 초과하는 다국적기업 그룹으로서 국외에 최종모회사가 있을 때 국가별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다국적기업은 설립근거지가 국내든 해외든 관계없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 상법상 회사 형태와도 무관하게 신고의무가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각 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의 숫자는 추정치가 있기는 하지만 정확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며 “추후 정보공개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통합보고서를 제출 받으면 이전가격 조작 등 조세회피 여부 확인이 가능해진다. 이전가격은 여러 나라에 흩어진 다국적기업 관계사가 서로 제품·서비스를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개별기업보고서에는 법인의 조직구조와 사업현황, 국외특수 관계인과의 거래 내용 등이 포함된다. 통합기업보고서에는 그룹 지배구조, 그룹 전체 법인의 사업내용, 무형자산 보유·거래내역, 자금조달 활동, 재무 현황 등이 담긴다. 국가별보고서에는 그룹의 수익·손실·납부세액·종업원수 등의 국가별 현황과 배분내역을 포함해야 한다.
국세청은 매출액 상위 다국적기업 상당수가 통합보고서 제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합보고서에는 종전 과세당국에 신고 되지 않았던 포괄적 정보가 담겨 다국적기업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가별보고서는 새해 6월부터 다른 과세당국과 교환해 국내·외 다국적기업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라며 “다만 OECD 기준에 따라 다국적기업 그룹의 전반적 현황 파악, 통계 등 목적으로 활용하고 국가별보고서만을 근거로 한 이전가격 과세 등 남용 사례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