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동극장(극장장 손상원)에서 2017년 창작ing 세 번째 작품으로 뮤지컬 ‘판’(작/정은영, 작곡/박윤솔, 연출/변정주)을 개막한다. 12월 7일 낮 2시 프레스콜에 이어 저녁 8시 본공연을 시작으로, 31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판’은 CJ문화재단의 첫 제작지원 창작뮤지컬로 지난 3월 대학로 CJ아지트(3/24~4/15, 총 24회차)에서 초연됐다. 초연 당시, 이야기꾼 ‘전기수’라는 소재에 걸맞은 사이다 같은 정치풍자와 ‘달수’와 ‘호태’ 두 캐릭터의 유쾌한 콤비플레이, 극중극 형식의 볼거리 많은 장면으로 관객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정동극장은 CJ문화재단과 첫 공동기획으로 정동극장 무대서 ‘판’ 재공연을 올린다.
뮤지컬 ‘판’은 19세기 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조선최고의 전기수 ‘호태’를 만나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낮에는 양반가 자제로, 밤에는 전기수로 ‘달수’의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펼쳐진다.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만담처럼 펼치는 배우들의 정치풍자, 세태풍자 사이다 발언은 이 공연의 백미다. 초연 공연을 본 관객이라면, 재공연과 비교해 볼 것을 추천한다.
동시대성을 반영한 재치 넘치는 대사를 통해 지난 3월, 초연 당시와 12월 재공연 시기의 사회적 화두의 변화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동극장 뮤지컬 ‘판’은 전통적 느낌을 한층 강화한 새로운 버전을 준비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여겨 볼 지점은 국악 요소가 강화된 음악이다. 뮤지컬 ‘여름 밤의 꿈’과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이나리메 감독이 편곡자로 합류했다.
국악기 대금과 아쟁이 추가 되었으며, 서양 장단을 국악적으로 만든 동살풀이 장단을 활용한 곡들이 첫 선을 보인다. 이나리메 감독은 “기존 음악에 전통의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스윙음악에 영향을 받아 쓰인 ‘판’의 대표넘버 ‘이야기꾼’은 자진모리장단을 얹어 한국 음악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느낄 수 있고, ‘새가 날아든다’같은 곡의 경우엔, 장면과 음악이 하나가 되는 실험적 시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정동극장 뮤지컬 ‘판’의 달라진 음악을 설명했다.
편곡을 통해 ‘산받이’의 장단도 한층 활기를 얻는다. ‘산받이’는 꼭두각시놀이의 연희자로 놀이 전체에 대한 해설자 역할을 한다. 뮤지컬 ‘판’의 ‘산받이’는 타악기로 라이브 반주를 이끌며 연희적 느낌을 살리고, 배우들과 대사도 주고받아 관객과의 거리를 한층 좁혀왔다. 국악적 느낌을 불어넣기 위한 편곡자의 참여로 서양 장단 위주의 장단이 국악 장단으로 변경돼 라이브로 연주된다. 정동극장 뮤지컬 <판>에서는 전통장단을 통해 전통음악 색이 더욱 짙어진 음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음악뿐 아니라, <판>의 배우들도 워크숍을 통해 우리 전통 움직임의 맛과 전통 소리의 색을 입히는데 집중했다. 양주별산대놀이 움직임 워크숍과 경기민요 워크숍을 거친 배우들의 달라진 몸짓과 소리를 기대해 볼 만 하다.
정동극장 손상원 극장장은 “뮤지컬 ‘판’은 우리 전통 이야기꾼 ‘전기수’라는 소재가 매력적인 작품”이라 소개하며 “CJ문화재단과 첫 공동기획으로 뮤지컬 <판>을 정동극장 ‘창작ing’ 무대에 올리게 되어 기쁘다. 작품 개발 단계를 거친 웰-메이드(well-made) 창작뮤지컬인 만큼, 다양한 창작 공연을 선보이는 정동극장 ‘창작ing’ 무대에 뮤지컬 <판>을 꼭 선보이고 싶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통공연장, 정동극장에서의 재공연인 만큼 ‘전기수’라는 우리 소재와 어우러진 전통의 가락과 몸짓을 통해 더욱 매력적인 ‘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동극장 버전 뮤지컬 ‘판’에 자신감을 표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