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전원 대표주자인 열병합 집단에너지 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했다. 30여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만성 적자에 빠졌다. 손익구조 역시 나아질 기미가 없다.
최근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와 분산전원 중심의 에너지 공급 체계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정작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집단에너지는 방치하고 있다.
29일 집단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5개 열병합발전 사업자 가운데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과 전력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GS파워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의 전체 손익을 합산하면 연간 적자액이 1500억원에 이른다.
두 곳을 뺀 업계 전체 손익은 2011년 2302억원 순손실 이후 매년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DS파워, 평택에너지서비스, 별내에너지 등 16개 사업자는 5년 연속 순손실 상태다.
집단에너지 업계 만성적자는 전기와 열 생산에 따른 원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기는 전기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발전소의 기준가격(SMP)으로 값이 매겨진다. 열 가격은 인근 발전소나 소각장 등에서 열을 공급받는 지역난방공사 수준을 따른다. 지역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사용한 연료비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하는 구조다.
집단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 소비구조와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이라는 취지로 육성된 사업이다. 해외 에너지 선진국은 신기후체제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열병합 집단에너지를 확대했다.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특성상 에너지 효율이 좋다. 에너지 수요지 인근에 시설이 있거 장거리 송전망과 같은 사회문제도 적다. 신재생에너지 최대 단점인 발전 간헐성 문제를 대체할 수 있어 분산전원 모델에서 핵심으로 언급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에너지전환을 추진 중인 독일은 2020년까지 열병합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늘린다는 계획으로 15억유로(약 2조원)를 투자한다. 미국은 2005년 이후 에너지정책법(EPA), 에너지독립 및 안전법(EISA) 등을 통해 열병합발전에 보조금 및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영국도 열병합발전의 친환경성을 인정해 모든 발전소에 부과되는 기후변화부담금을 면제했다. EU는 투자비 보조와 세금감면 등 열병합발전에 인센티브를 준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관련 지원금이 끊겼다. 국가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을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열병합발전에 2001년부터 9년간 총 5205억원을 지원했으나 2010년 이후 중단됐다. 전기사용자 조달 기금을 특정지역 열사용자에 지원하는 것이 부적절하는 감사원 지적 때문이다.
업계는 집단에너지를 태양광, 풍력 중심 재생에너지 분산전원 체계로 가는 징검다리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집단에너지로 분산형 전력 네트워크를 정착시켜 재생에너지 그리드 인프라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 신속한 기동과 출력조정으로 태양광과 풍력의 불안정한 축력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집단에너지가 분산형 전원으로 국민에게 제공하는 편익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거리 송전선 건설 회피로 약 2623억원(한전경제경영연구원 1727억원, 전기연구원 3520억원), 에너지효율 향상과 온실가스〃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으로 약 8916억원(서울 과기대 유승훈 교수,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가치 평가 및 기여방안 연구)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도 집단에너지 업계 적자에 대한 정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집단에너지 적자와 수익구조 개선은 국정감사 단골 메뉴다. 올해 국감에서도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 대상에 열병합 집단에너지를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선진국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중간 단계 역할로 열병합발전을 강조한다. 국내에서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전환 시대에 고효율·친환경 열병합발전이 정부 '신재생 3020' 목표 달성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며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열병합발전 생존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에너지사업자 경영현황>
자료:한국집단에너지협회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