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처음으로 북한으로의 유류 공급을 제한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핵실험 9일 만에 신속한 강경 제재가 나온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제재, 원유 공급 전면 중단 등이 빠져 당초 미국이 주도한 원안보다는 후퇴했다.
유엔 안보리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으로의 유류 공급을 30%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 정권 유지의 '생명줄'인 유류가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원유 금수를 놓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입장 차를 보여 전면 공급 금지는 무산됐다. 대신 상한선을 정해 전체 유류 공급의 30%가 차단되도록 타협했다.
대북 원유 수출은 기존 추산치인 연간 400만배럴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건 별로 사전 승인하는 경우만 예외다.
정유 제품 대북 수출은 55% 줄어든 연간 200만배럴 상한을 뒀다. 원유 관련 콘덴세이트,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은 전면 금지했다. 이를 종합하면 북한의 전체 유류 도입 제한이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결의안에 포함된 석탄은 물론 직물, 의류 중간제품과 완제품 등 북한산 섬유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섬유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건 별로 사전 허가하지 않으면 북한 노동자를 신규 고용할 수 없다. 기존 고용된 노동자도 계약이 끝나면 신규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북한은 세계 40여 개 국가에 최소 5만명의 노동자를 송출,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산 섬유 수출 차단, 해외 노동자 취업 제한은 연간 각 8억달러, 2억달러 손해를 줄 것으로 추산된다.
금수 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은 유엔 회원국이 공해 상에서 기국 동의 하에 검색하도록 촉구했다. 검색 의무화는 무산됐다. 공해 상 선박이 다른 선박으로 물품을 이전하는 것은 금지했다.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 노동당 중앙군사위·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등 개인 1명과 기관 3개가 해외 자산 동결, 여행금지 대상에 올랐다.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빠졌다.
금융 분야에선 북한과의 합작 사업체를 설립, 유지, 운영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기존 합작 사업체는 120일 내에 폐쇄하도록 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9일 만에 속전속결로 채택됐다. 북핵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엄중한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했다.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 추가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안보리는 또 이번 제재와 관련해 유엔 헌장 제41조의 비군사적 조치라는 점,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기존 결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나 결의 내용이 당초 목표보다 후퇴해 북한 태도 변화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원유 수출 전면 금지를 주장하던 미국, 이를 반대한 중국·러시아가 충돌해 거부권이 행사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막판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2006년 1718호를 시작으로 이번까지 9차례 채택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지난 달 채택한 2371호 이후 한 달 만에 추가 결의를 내놨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