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겨울 주행성능 편차 크면 정부보조금 못받는다...르삼·GM·닛산·BMW 탈락 위기

내년부터 공인 주행거리보다 30% 이상 떨어지면 제외…업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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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전기자동차 운행 효율이 상온 대비 저온에서 70% 주행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인천 한국환경공단 자동차인증검사팀원이 상온 도심 주행 모드에서 기아차 쏘울EV 주행 거리를 체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인천=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내년부터 정부가 공인한 주행 거리 대비 겨울철 실 운행 거리 편차가 30% 이상인 전기자동차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발표된 주행 거리만 믿고 전기차를 구매, 겨울철 주행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조치다.

기준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전기차만 제외하고 대다수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내년부터 신차 전기차 주행 거리 공인 시험을 여름(상온 23도)과 겨울(영하 7도)로 나눠 진행하고, 여름·겨울철(히터 작동) 편차가 30% 이상인 전기차는 국가보조금(1200만원) 자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인증한 전기차 주행 거리가 실제 겨울철 운행 상황과 너무 다르다는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새 규정을 도입한다”면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차를 걸러내는 한편 연구개발(R&D) 촉진 쪽으로 정부 정책 방향을 잡았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예비고시(환경 친화적 자동차 조건 등에 관한 규정)로 이 같은 내용을 업계와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미 시장에 출시된 차량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내년부터 국내에 새로 판매하는 모든 배터리 전기차(BEV)부터 새 기준을 적용받는다.

지금까지는 상온에서 1회 충전에 따른 전기차 주행 거리를 측정, 공인 거리로 명시했다. 새 규정에서는 배터리 완충 상태, 상온 23도와 영하 7도, 차량 내 히터를 켠 상태에서 각각 주행 거리를 측정한다. 상온(23도)에서 주행 거리가 100㎞로 나왔다면 저온(-7도) 조건에서 최소 70㎞가 나와야 보조금 자격을 획득하도록 제도가 바뀐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 가운데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차량은 현대·기아차뿐이다. 기아차 '쏘울EV' 공인 주행 거리 대비 저온 주행 거리 도달률은 84%,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81%로 합격선이다.

다른 전기차는 기준에 미달한다. 올해 출시된 GM '볼트(Bolt)'는 69.5%로 불합격 수준이다. 르노삼성 'SM3 Z.E.(62%)', BMW 최신형 'i3(58.6%)', 닛산 '리프(65%)' 등도 한참 모자란다.

현대·기아차는 히트펌프 방식 히터를 장착했다. 반면에 르노삼성, GM, BMW, 닛산 등의 히터는 100% 전기로 구동하는 전기히터(PTC)를 채용한다. 히트펌프 방식은 매 순환 과정에서 얻어지는 열과 파워트레인 전장품에서 발생하는 폐열까지 모든 열을 활용하는 점이 다르다.

내년에 출시하는 신규 모델이라 해도 새로운 히터를 적용하지 않으면 보조금 획득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기차 업체에서 불만이 나왔다. 한국 시장만을 위해 고가, 고효율의 히터 장치를 달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 간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외국산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새 규정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면서 “전기차마다 히터 출력도 다른데 히터를 풀(Full)로 돌렸을 때 주행 거리를 측정한다는 건 객관일 수 없고, 이미 절대 주행 거리를 확보한 전기차에 대해 겨울철 성능을 따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저온 테스트 조건을 실내 온도(25도)로 바꾸는 걸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 【표】국내 출시된 주요 전기차 상온(23도), 저온(-7도) 주행 성능 현황(자료 각사)>

 【표】국내 출시된 주요 전기차 상온(23도), 저온(-7도) 주행 성능 현황(자료 각사)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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