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핑 검사 수요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평상 시 연간 검사량의 70%가 1~2달 단기간에 집중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검사 수요보다도 60% 가량 급증한다.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집단 도핑 사태 이후 국제기구 공인이 까다로워지고 검사 항목도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 지위를 유지하려면 반도핑 기법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가 요구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도핑컨트롤센터는 평창 올림픽 기간 도핑 검사 시료가 3500여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15일 밝혔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의 도핑 검사를 수행했다. 국내 유일의 세계반도핑기구(WADA) 공인 시설이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연 평균 5000여 건 시료를 분석한다. 내년에는 여기에 평창 동계올림픽 도핑 검사가 추가된다. 3500여 건 도핑 시료 검사는 단일 대회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2300여 건 시료를 분석했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시료도 1500여 건에 그쳤다.

시료량 급증은 최근 세계 반도핑 추세와 관련됐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때 국가 차원의 도핑이 이뤄진 후 WADA 공인이 까다로워졌다. 각국 도핑센터는 연간 8회 '시험'을 치르는데, 소치 사태 이후 난도가 대폭 상향됐다. 실제 사태 이전 30개 이상이던 공인 센터가 최근 25개로 급감했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해 대대적인 시설 공사에 돌입했다. 실험실 보안 요건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각 실험실마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야 한다. 시료가 건물 내로 들어와 실험실에서 분석되는 모든 동선이 기록된다.
효율적 기록을 위해 실험실정보자동화시스템(LIMS)을 구축했다. 검사 시료가 건물 내로 들어오는 순간 바코드가 붙는다. 출발부터 분석 항목, 분석 결과, 분석자까지 모든 데이터가 자동 기록된다. 기존 수작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평창올림픽 업무를 위한 특단 조치다.
올림픽 도핑 검사가 까다로운 건 급증하는 시료량 외에 '시간 싸움' 탓이 크다. 평상 시 시료 검사에 요구되는 시간은 2주 내외다. 올림픽은 24~72시간 내에 검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

권오승 KIST 도핑컨트롤센터장은 “올림픽 도핑 검사는 시료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단기간 내에 검사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특별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검사방법을 개선하고 러시아 사태 이후 강화된 보안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력, 장비 확충도 필요하다. 평상시 KIST 도핑컨트롤센터 인력은 25명 내외다. 각 대학 학부생 위주의 자원봉사자 50여 명을 확보했다. 나머지는 해외 공인 센터 전문가를 초청해야 한다. 센터는 130여명은 확보해야 정상 업무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핑 검사 주력 장비인 고성능 질량분석기도 추가 도입한다.

평창 이후도 문제다. 도핑 기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WADA 공인도 까다로워진다. WADA 리스트에 없는 도핑은 논문 등을 통해 '레퍼런스'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 소치 사태에도 살아남은 KIST조차 WADA 실사 때 시정 요구가 나온다. '뇌 도핑' '기계 도핑' 같은 기존 분석법을 회피하는 신종 도핑 우려도 확산된다.
권 센터장은 “지금까지 문제없이 잘 해왔다 해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도핑 검사”라면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탐지할 수 있도록 늘 연구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는 게 도핑 R&D”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