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서비스 위약금은 지원금만 노리는 이른바 '폰테크족'을 경계하고 계약(약정) 유지를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위약금이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이통사를 바꾸는 번호 이동을 할 때 걸림돌로 장기 혜택 소멸(41.8%)과 위약금(39.1%)이 손꼽혔다. 2011년 조사에서도 번호 이동의 가장 큰 부담은 위약금(60.3%)과 요금할인 혜택 상실(54.9%)이었다.
전문가들은 위약금과 같은 '전환비용'이 과다하면 시장 경쟁이 위축된다고 설명한다. 이통사를 변경할 때 소요 비용이 많으면 번호 이동을 하지 않고 기기 변경을 택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이통 시장에서 전환비용이란 이통사를 변경할 때 소요되는 금전, 시간, 심리상의 추가비용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전환비용이 커지면서 이통 시장이 번호 이동에서 기기 변경으로 바뀌었다.
한국통신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의 2년 간 전환비용은 각각 60만원, 50만원, 26만원이다. 분석 모형에 따라 숫자는 달라질 수 있지만 후발 사업자가 선두 사업자의 고객을 유치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통 시장 활력을 제고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약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이통 서비스 위약금은 가입 기간에 '정비례'해 줄어드는 구조다.
과거 이통사가 위약금을 결정할 때와 비교하면 합리적이지만 상당 기간 고객에게 부담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위약금 그래프 기울기를 직선에서 '엘(L)자형' 곡선으로 바꿔 초기에는 많이 내고 중반 이후 확 줄도록 하는 구조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말기에 실리는 제조사 보조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통사로부터 받은 보조금 가운데 제조사 몫은 위약금 계산에 포함할 이유가 없다. 제조사는 약정 기간과 관계 없이 단말기를 판매하는 순간 이미 전체 수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약정 기간을 채우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이통사이지 제조사가 아니다. 결국 가입자는 내지 않아도 될 제조사 몫의 위약금을 내는 불합리한 상황이다. 분리공시제를 통해 이통사와 제조사 보조금을 명확히 분리하고 이에 따른 위약금을 산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위약금 금액이 줄면서 번호 이동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경쟁이 촉진된다.
결합 상품 위약금도 손질이 필요하다. 이통과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등을 묶은 결합 상품은 할인 혜택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약금 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 약정을 위반하면 해당 기간에 받은 혜택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이통 위약금은 시간이 갈수록 줄지만 결합 상품 위약금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수십만원의 위약금을 내고 중간에 해지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결국 강력한 '록인 효과'가 발생한다.
전문가는 '폰테크족'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전환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위약금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은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통사의 마케팅을 인정하는 동시에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전환비용을 낮추는 한편 경쟁을 자극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통신 위약금 현황 및 개선방향>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