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발행이 벤처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70개 이상의 기업이 독자적인 가상통화를 발행했다.
'신규가상통화공개(ICO)'로 불리는 이 방법은 증권회사 등의 중개를 거치는 기존 자본시장 틀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이다.
ICO는 새 가상화폐를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벤처기업이 주식시장에서 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통해 투자받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다만 IPO는 증권회사 중개로 주식을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ICO는 독자적으로 발행한 가상화폐를 인터넷에서 개인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점이 다르다. 초기 투자자금을 내고 주식 대신 가상화폐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벤처기업 그노시스가 지난 4월 ICO를 통해 불과 몇 분 만에 10억 엔(100억 원)을 조달했다. 5월에는 브레이브 소프트웨어가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40억 엔(400억 원) 자금을 조달했다. 6월에는 스위스 스테이터스라는 벤처기업이 ICO로는 사상 최대인 300억 엔(3000억 원)이상을 조달해 화제가 됐다.
ICO는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가상화폐 발행기업이 주식처럼 배당이나 이자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투자가 몰리는 이유는 수급 상황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리더움 시세가 폭등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미국 브레이브 소프트웨어가 발행한 가상통화 'BAT'는 발행 후 값이 한때 2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다른 ICO통화도 가격급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ICO는 인터넷 기업들이 주로 하기 때문에 발행한 가상통화는 인터넷에서 이용가치가 있다. 미국 브레이브는 웹 브라우저 개발사업을 한다. 인터넷 광고를 낸 사람이 광고를 클릭한 사람에게 BAT를 지급해 광고효과를 높이는 등의 사용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에는 증권회사가 꼭 끼어야 한다는 기존 상식은 무너져 가고 있다. 하지만 ICO는 새로운 분야로 회계처리와 부정행위 방지 등은 아직 룰이 정비되지 않았다. 투자가의 권리가 확실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