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장 승격 제한…부기장 이탈·불법파견·안전성 논란 가중

대한항공이 기장 승급을 당초 계획보다 30%선으로 축소하면서 한국인 부기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부족한 조종 인력은 외국인 조종사로 대체한다. 하지만 대체 인력 대부분이 실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경력만 채우고 떠난다. 게다가 '불법파견' 논란까지 가중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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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보잉 787-9 항공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제공=대한항공)

25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최근 5개월간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격한 인원은 총 13명으로, 당초 매월 6명씩 기장으로 승격시키겠다던 계획보다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부기장 인력 부족으로 기장 승격을 최소한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중국 항공사, 저비용항공사(LCC) 등으로 부기장급 조종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부기장 인력이 부족해졌다”며 “현재 상황에서 매월 6명씩 기장으로 승격하게 되면 수요를 초과하게 되고, 부기장 퇴사가 많아질수록 기장 승격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부기장급 유출인력은 60여명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중국 항공사에서 2~3배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부기장급 인력이 대거 유출됐다는 것. 또 국내 LCC에서 고참급(경력 15년 내외) 부기장을 기장으로 승격해서 영입한 것도 한몫했다고 대한항공 측은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부기장급 조종사가 계속해서 빠져나가면서 외국인 조종사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다만 외국인 조종사는 부기장이 아닌 기장이다. 이로 인해 한국인 조종사가 기장으로 승격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어 부기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외국인 기장은 매월 평균 10명가량 교육을 진행해 연간 110여명씩 유입되고 있는데, 이 규모는 항공기 수급 상황과 관계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부기장이 부족해서 한국인 기장 승격을 제한하면서, 외국인으로 기장을 채우는 것은 결국 한국인 조종사 이탈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조종사가 늘어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법에 따르면 조종사 부족을 충원하기 위해 채용된 외국인 조종사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면제하도록 규정돼 있다. 오로지 항공법 시험만 통과하면 국내 항공운항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다른 나라의 경우 항공법 포함 비행이론 등 필기시험과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실기시험을 치러야 정부에서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경력이 부족한 외국인 조종사가 기장으로 채용되는 일도 비일지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필요한 경력을 채우면 외국 항공사로 떠난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 소속 외국인 조종사 475명 중 79명이 짐을 쌌다. 전체 외국인 조종사의 17%가 작년 한해 회사를 떠난 것이다. 대한항공 소속 외국인 조종사 이직률은 아시아나항공(10%)보다 7%포인트나 높았다.

노조 관계자는 “외국인 조종사 파견은 법으로 금지된 불법파견”이라며 “외국인 조종사는 회사 상벌위원회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비행 안전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조종사가 부족해서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파견이 아닌 직접 고용해서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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