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유자산 정상화 연내 시동...신흥국 "낙관 이르다", '긴축발작' 우려 예의주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연내 보유자산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 연준 의장의 자산 매입 축소 발언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긴축발작(taper tantrum)' 재연 우려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유자산 축소가 비교적 빨리(relatively soon)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자산축소는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며 자산 축소로 인한 시장 충격이 과거보다 덜 할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이 보유한 자산은 약 4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미 국채가 2조50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조8000억달러다. 연준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꾸준히 보유 자산을 늘려왔다.

연준은 만기도래 자산의 월간 재투자 축소한도를 국채 60억달러, MBS 40억달러로 정하고 분기마다 축소한도 규모를 각각 60억달러, 40억달러씩 증액할 계획이다. 자산축소 프로그램 실시 1년차에는 국채 1800억달러와 MBS 1200억달러 등 3000억달러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듬해에는 약 6000억달러가 축소된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과지준이 2조2000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2018년부터 개시된다는 가정 하에 2021년까지 4년간 진행되면 연준의 자산규모 축소가 2조1000억달러에 달하며 초과지준이 거의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9월을 자산축소 프로그램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날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당초 12월로 예상하던 프로그램 시행 시기를 앞당기기 시작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9월 연준이 재투자 정책 변경 개시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존에 없던 통화정책 정상화 수단이 추가된 데서 오는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투자 정책변경 개시 시점에는 금리인상 유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준 보유자산 축소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기업 지출 확대를 위해 추진해온 경기 부양책을 되돌리기 위한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자산을 축소하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 효과가 있어서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향후 2년 동안 보유자산을 6750억달러 줄이면 기준금리를 매년 0.25%P 인상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보유자산 축소는 연간 기준금리 1회 인상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점진적 자산 축소 방침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긴축발작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우려의 시선은 거두지 않고 있다. 2013년 버냉키 의장 발언으로 신흥국 시장에선 400억달러 자금이 유출됐다.

실제 한국은행의 국제금융협회(IIF) 자료 분석에 따르면 2009년 이후 5년간 한국 등 25개 신흥국에 총 6조2000억달러가 유입됐다. 금융위기 이전 5년간 유입된 자금(2조5000억달러)의 2.5배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도 금리인상 결정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에 대비하기 위한 시장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16개 은행 외환담당 부행장 회의를 열어 국내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미국 금리인상이 금융시장 호조 속에 예측 가능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단기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미 연준 자산축소 등 시장 충격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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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메리츠종금증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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