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주역은 디지털 컴패니언(동반자) 기술이다. 디지털 컴패니언 기술은 자연어를 이해하고 상황과 맥락은 물론 감정까지 인지, 사용자 상황에 맞게 가장 적절한 인터랙션을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인공지능(AI) 기술이다. 디지털 비서 기술의 차세대 버전이다.
이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간 기술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구글은 강점인 머신러닝(기계학습)과 클라우드 기술을 자연어 처리, 번역, 유튜브 등에 활용하고 있다. AI 시스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구글 홈을 지난해 말에 출시했다. 아마존 역시 CES 2017에서 AI 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자동차, 가전, 로봇 등 다양한 제품을 공개하면서 위력을 과시했다. 특히 가정 내 사물인터넷(IoT) 허브형 스피커 에코는 미국 AI 스피커 시장의 70%를 점유했다.
그러나 이 모든 기술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디지털 컴패니언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맥락에 대한 이해다. 현재 디지털 비서 기술이 알렉사 같은 콜사인에 의해 수동으로 동작하는 이유도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매 순간 어색함 없이 매끄럽기 위해서는 AI가 사용자 주변 상황을 관찰하고 의도와 맥락을 종합 추론해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간으로 따지면 학습 자료에 해당하는 데이터 세트 구축,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형 머신러닝과 자율 지능을 통한 추론 알고리즘, 표정 등에 의한 사용자 감성 인지 기술과 판단한 정황 결과에 적절히 대응하는 지능형 인터랙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지능 정보 플래그십' 사업이 달가운 이유다. 이와 함께 디지털 컴패니언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센서, 데이터 프로세서, 딥러닝, 뉴로모픽칩 등 뒷단에서 움직이는 기반 기술도 고루 갖춰야 한다. 구글이 업계 최초로 AI 전용 주문형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를 개발, 알파고에 적용했다. 페이스북이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강화한 머신러닝 서버를 자체 개발하는 등 글로벌 IT 기업이 하드웨어(HW)까지도 직접 개발, AI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도 같은 사회 여건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AI 도입은 근로자 대비 로봇 활용 비율이 세계 최고인 우리 노동계에 일자리 박탈 쇼크의 주범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공감대 조성이 시급하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AI가 몰고 올 변화를 사회 공론화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우리 현실과 대비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임시운행 허가제도는 미국보다 5년 늦은 2016년에 도입됐다. 원격의료와 헬스케어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8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바야흐로 AI 시대다. AI 스피커로 시작한 디지털 비서 기술은 어느새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로 계속해서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AI는 IoT와 융합,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는 디지털 반려자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다음 목적지인 디지털 동반자 기술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장 cwpark9@ke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