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AI 스피커 뛰어드는 네이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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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인공지능(AI) 스피커 경쟁에 뛰어든다. 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확보한 AI 기술력에 바탕을 두고 미래 플랫폼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자체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콘텐츠로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7월 음성으로 동작하는 AI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뒤 3분기 안에 AI 스피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AI 기반의 메신저 로봇인 '챗봇'과 AI 스피커 등을 묶어 '음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핵심 서비스에 대화형 인터페이스 기반의 AI 기술을 순차 적용한 뒤 다양한 기기로 확대한다. 이용자는 음성 기반으로 카카오톡, 포털 다음, 멜론 등 주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임 대표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카카오의 본질”이라면서 “카카오 AI에 카카오톡, 멜론, 다음 뉴스, 카카오택시, 내비게이션 등을 연동하면 생활 혁신이라는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올해 여름 AI 스피커 '웨이브(WAVE)'를 국내와 일본에서 선보인다. 자회사 라인과 함께 개발한 오감형 AI 플랫폼 '클로바(Clova)'가 탑재된다. 지난해 말 네이버랩스가 공개한 AI 시스템 '아미카'를 개선한 통합 AI 플랫폼이다. 대화형 AI 엔진 '네이버아이(i)', 인공신경망 기계번역(NMT), 비주얼인식 AI 엔진 등 다양한 AI 기술이 반영됐다.

국내 양대 포털의 가세로 국내 AI 스피커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아마존 에코'(아마존), '구글홈'(구글) 등 글로벌 서비스뿐만 아니라 국내 통신 3사와도 경쟁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AI 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한 뒤 7개월 만에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KT도 올해 1월 '기가지니(GiGA Genie)'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도 올해 안에 AI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이다.

포털업계가 AI 스피커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은 AI 플랫폼이 PC와 모바일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존의 플랫폼 업체에 위기이자 기회가 온 셈이다. 사물인터넷(IoT) 확산으로 다양한 기기가 연결되는 상황에서 플랫폼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추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AI 스피커 선점이 필수다.

임 대표는 “AI가 전기나 물 같은 인프라 역할을 하게 돼 모든 산업이 AI로 크게 진화될 것”이라면서 “카카오는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 기존 사업 외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집 안에서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는 '스마트홈' 중심으로 AI 스피커에 주목한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AI 스피커 시장은 2020년까지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개별 가정의 거실 3.3%에 AI 스피커가 설치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IoT 확산에 따라 다양한 가전이 웹 기반으로 묶이게 된다”면서 “스마트홈은 음성 인터페이스 중심으로 발전하지만 모든 기기에 일일이 음성 인식 장치를 탑재하기 어려워서 현재로서는 스피커가 최우선 발전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검색 사업을 운영하며 쌓은 기술력이 강점이다. 검색 서비스에는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맞춤형 추천 등 AI 스피커를 구성하는 필수 기술이 탑재된다. 두 회사 모두 수년간 기술 고도화와 방대한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을 진행했다.

네이버는 '생활환경지능'을 새로운 미래 발전 방향으로 제시하며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대화형 AI 엔진 '네이버아이(i)', 자율주행시스템 등 AI 관련 신기술을 연이어 선보여 왔다. 집 안, 차량 내부 등 폐쇄된 공간에서 활용도가 높은 음성 기술과 콘텐츠 확보에 주력한다.

카카오도 모바일 음성 검색, '꽃 검색' 등 포털 다음에서 확보한 기술력에 바탕을 두고 선두 주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간다. 올해 들어 카카오 내 AI 부문과 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신설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접 카카오브레인 대표를 맡아 성장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치열한 AI 스피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기술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용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앱, 콘텐츠, 서비스의 확보·연계가 중요하다. 두 회사 모두 자사의 AI 플랫폼 생태계 확대에 주력한다. 네이버는 다양한 업체가 클로바 엔진을 탑재한 스마트폰 앱을 만들도록 API를 개방한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아미카 기반의 AI 서비스를 만드는 '아미카얼라이언스'도 클로바로 통합한다. 카카오도 AI 플랫폼을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형태로 파트너에 제공, 저변을 확대한다.

두 회사 모두 인터넷 기업인 만큼 하드웨어(HW) 업체와의 협력 확대도 숙제다. 특히 일본,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하는 네이버는 글로벌 기기 제조업체와의 협력 중요성이 크다. 네이버와 라인은 일본 소니와 협력, 클로바를 적용한 모바일 기기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 라인은 지난 3월 가상 홈 로봇 '게이트박스'를 개발한 윈클을 인수했다. 게이트박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대화하는 가정용 로봇이다. 윈클을 자회사로 편입, 클로바를 탑재한 가상 홈 로봇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앱, 콘텐츠, 기기를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스피커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로 AI 플랫폼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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