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19대 대선 패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권을 바라보던 안철수 후보가 3위라는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데 이어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도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해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걱정할 처지에 몰렸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박지원 대표 등 지도부 사퇴 카드를 꺼냈지만 민주당이 정치적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따르면서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0일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같이 말한 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충격요법으로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당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안 후보는 대선출마 배수진으로 의원직을 내놓은 상태다.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했지만 뚜껑을 열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진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당내입지가 크게 축소됐다. 정치 기반인 호남민심도 돌아섰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호남에서 대승을 발판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다. 호남의석 28석 중 23석을 석권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호남은 문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안철수 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 정치적 기반마저 잃어버린 위기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력 부대 이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민의당 개별 인사를 중심으로 민주당으로 탈당 러시가 이어진다면 당 존립 자체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때마침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송영길 의원이 9일 “안철수 후보는 사실상 정계은퇴해야 하지 않겠냐.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연정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통합론'에 불을 붙였다.
문 대통령도 대표 호남 인사인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고 호남 끌어안기에 나섰다. '정치적 뿌리'가 같은 국민의당과 협치로 여소야대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평가가 따르지만 국민의당 기반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흡수해 세를 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한다”면서 “여권이 통합에 나서면 반대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명분도 생긴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새 정부가 협치를 내세우는 마당에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국민의당 껴안기에 나선다면 상당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