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 앞서 여당을 제외한 원내 4당 지도부를 만나 국정 협조와 통합을 당부했다. 임기 시작부터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을 돌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협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현충원 방문을 마치고 여의도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았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 의견을 교류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당과 소통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등 국정 동반자로 여기겠다”면서 “말로만 협력을 구하는 게 아니라 평소 안보 관련 중요 사항을 야당과 공유하며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처럼 분열·대립하는 정치가 아니라 화합하는 정치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하겠다”면서 “제1 야당에 간곡하게 협조를 청하겠다”라고 손을 내밀었다.
정 원내대표는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많은 국민에게 베푸는 사랑, 소통, 관용의 정치를 베풀어 주길 기대한다”면서 “불안한 안보관을 해소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정책을 펴 달라. 훌륭한 인사가 적재적소에 가도록 좋은 인선을 기대하겠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당을 찾아 이때까지 대표직 사퇴 전인 박지원 대표를 만났다. 박 전 대표는 “10년 만에 문 대통령에 의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에 큰 의미를 둔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상처 받은 국민을 위해 많은 경륜과 경험으로 국민 통합 및 정치 대개혁을 위한 협치로 나아가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어느 길로 가야 할지에 대해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 공약의 기본 목표와 같다”면서 “우선 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되도록 대통령 결단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반드시 하도록 하겠다”며 협치를 기대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경제와 안보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주기 바란다”면서 “바른정당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많은 국민이 안보 불안을 걱정한다. 안보 문제에서 국민 불안이 없도록 고려해 주고, 모든 국민을 아껴 주고 사랑해 달라”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튼튼하게 하면서 남북관계도 제대로 키워 나가는 일에 대해 바른정당이 협력해 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야당 당사와 지도부를 방문하는 게 오늘 하루로 끝이 아니라 타협과 협력의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라며 각오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정의당 대표실을 방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면담했다. 대통령이 정의당을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노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야당 공조란 이름으로 최대한 협력해왔다”면서 “그 정신은 20대 국회 내내 견지될 것”이라며 굳은 신뢰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심상정 대선 후보와 더민주 사이에 공통 공약이 많다”면서 “정의당이 요구하는 진보성 정책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가치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 주길 부탁한다”라며 특별한 동지의식을 공유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